이번 주에는 유독 모임 일정이 많았다.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고, 많이 웃었고, 분통터지는 일에 덩달아 화를 내주기도 했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한때 같은 곳에서 일했지만 지금은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 쌀국수를 먹고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퇴사하고 다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꽤나 재밌다는 옛 동료의 말이 흥미로웠다. (기억이 정확치는 않지만) '한때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렸던 비슷한 사람들이 지금은 전혀 다른 분야, 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내가 택하지 않은 평행우주를 보는 느낌이라서'라는 이유였다. 무척 동의가 되는 표현이다.

오늘은 중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의 결혼식 날이었다. 결혼식장에 갔다가 오랜만에 예상치못한 반가운 얼굴들도 많이 만나고 서로의 근황도 업데이트 했다. 어느새 결혼을 했거나, 지방으로 거처를 옮겼거나, 다시 학교로 돌아가 연구나 학업에 매진하고 있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 역시도 내가 택하지 않은 평행우주들을 잠깐 상상해볼 수 있었다.

마음 한 구석에 있는 어떤 감정의 조각들, 솔직하게 꺼내놓기 힘든 생각들 같은 것들을 나누고 때로는 이해와 공감을, 또 때로는 반론을 나눌 수 있는 사이는 귀하다. 여덟 시에 만나서 새벽 두 시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은 자리에서 술을 왕창 마시고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카톡으로 조합을 해야 했지만, 그정도로 편안했다는거지(...)

독서모임 '인생에 보탬은 안되지만'의 이번 시즌 마지막 모임도 있었다. 2월에 읽었던 '라캉, 바디우, 들뢰즈의 세계관'에 이어 3월에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고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간의 다른 모임들도 두루 좋았지만, 이 최근 두 번의 모임을 위해 읽었던 책, 그리고 발제와 대화가 오랫동안 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작년에 결심했던 여러 일들과 그 이후 비우며 보낸 시간, 심리 상담, 그리고 이 책과 모임의 대화들 덕분에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기도 했고, 또 앞으로 어떻게 다르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독서모임 '성장 곱하기 성장'은 정상적으로 개설되었다면 어제가 첫 모임일이 될 예정이었지만... 최소 개설 인원을 채우지 못해 한 달씩 일정을 미뤘다. 일정을 빼둔 김에 9개월만에 돌아온 모임에 기꺼이 재등록해주신 멤버들과 함께 맥주를 마셨다. 각자의 근황과 고민, 야심찬 포부와 도전, 그리고 일의 기쁨과 슬픔... 으로 얼렁뚱땅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은 대화들이 오갔고, 스포츠 팀 구단주의 야심찬 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달인 4월에는 꼭 모임이 열릴 수 있기를 바라보며, 4, 5, 6, 7월에 걸쳐 열리는 독서모임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링크를 참고해주시길!

책 2권을 읽고 있고, 독후감을 1편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