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부터 또다른 새 회사에서 새 일을 하나 더 시작하게 되었고 덕분에 무척이나 바빠졌다. 어쩌다보니 주3일 출근하는 삶이 되었다. 힘에 부치고 또 쉽지 않은 구석이 있지만 동시에 재미나기도 해서 좋다. 덕분에 5월의 앞 절반과 뒤 절반은 그야말로 다른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4월에 시작한 일을 신사업 기획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면, 이번에 추가하게 된 일은 오퍼레이션 최적화라고 거칠게 요약할 수 있겠다.

6년 반 정도 다닌 전 직장에서 정말이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 마케팅, 독서모임 기획, 신사업, 사업 제휴, 운영, 막바지엔 채용과 조직문화까지. 남들 다 하는 - 커리어를 어떻게 설계하겠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고, 대신 이곳에서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래서 퇴사를 결정지은 직후 해온 일을 돌이켜보려니 일관성도 전문성도 찾아볼 수 없는 의아한 경력들이 남았다 싶어서 문득 후회스러웠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맨 땅에 헤딩해본 경험을 궁금해해주시고 또 필요로 해주시는 곳들이 있어서 덕분에 (힘겹지만) 즐겁고 새로운 일을 경험하고 있다. 결국 마음을 다했던 경험들은 어떻게든 남는 것이 아닐까.

(원래의 급여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으므로 이렇게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냐 싶지만) 지난 달에는 9영업일을 일하고, 전 직장에서의 한 달 급여보다 더 벌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게 되니(?) 더 열심히 잘 해서 좋은 결과물을 안겨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과정에서 아래의 두 가지 생각도 들었다.

돈을 많이 벌고 또 많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받은 만큼 일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나 역시도 얼마 받느냐에 연연치 않고 최선을 다하려 애썼다고 자부한다.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슬픈 일이라고 생각한다. 돈은 뭔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 의미있고 재미있는 일, 배울 점 많은 사람들 등, 일터에서 얻을 수 있는 다른 것들이 크고 다양하고 더 가치있다고 믿기에.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돈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일터 밖에서의 많은 것을 얻고 누리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더불어 비슷한 밀도와 강도로 일하는 사람들이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로 평가받는지, 인생의 단계에서 필요한 돈의 액수가 얼마인지 등에 대한 고민을 누구나, 어느 순간에는 하게 된다. 그러니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과로 환산해내어서, 그런 고민을 해결하고 또 해결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종종 이렇게 다른 회사의 일을 도우면서 내 일의 리듬을 찾아가봐도 좋겠다. 역량이나 경험을 필요로 해주시고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곳들이 있다면, 적절한 정도로 다른 회사의 일을 도우며 개인적인 공부와 일을 병행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회사, 리더들, 그리고 산업과 일하는 방식을 엿보는 것 또한 큰 공부가 되기도 하니 더 좋다.

운동과 건강, 그리고 체중 관리: 4월에 운동을 열심히 했고 꽤나 퍼포먼스도 좋았기에 포부 넘치게 5월 목표를 세웠었다. 그 다짐들이 무색하게, 5월에는 고작 누적 26.5km를 달렸다. 모두 5월 15일 이전의 기록이고, 이후로는 한 번도 뛰지 않았다. 수영장에도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쭉쭉 빠지던 몸무게도 다시 올라오기 시작. 64.9kg였던 체중이 여행 다녀온 직후에는 67kg로 올라왔다. 평일 낮과 밤 여유로움이 사라지면서 대안을 찾지 못하고 당황한 결과로, 운동을 거의 멈추다시피 했다. 주 2회 받던 PT마저 주 1회로 조정해야 했으니. 주 3일만 일을 해도, 이렇게나 운동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는구나 깨닫는다.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하게 건강을 유지하고 운동할 시간을 확보할지는 평생 가져가야 할 숙제겠다.

독서와 독후감, 그리고 글쓰기: 책도 한 권도 못 읽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절반 정도 읽다가 여행을 떠났다. 매일 쓰는 일기, 주 2일 정리하는 뉴스레터 글 이외의 뭔가를 생산하고 있지 않았음에 반성을. 

비용 관리: 에딘버러 - 런던 여행에 600만원 가량을 썼다. 여행 경비를 제외한 일상적인 생활비는 목표했던 2월 수준에 다다랐다. 슬프지만 책을 덜 읽었기에 덜 샀고, 위에 적은 이유로 바빠서 요리도 덜 해먹게 되면서 식료품비가 많이 줄었기 때문. 여행을 다녀오지 않는다면 월 현금흐름이 (+)가 되기에 런웨이 계산도 의미가 없어졌다. 현재 진행형인 두 회사의 일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기에, 그리고 이후 추가로 새로운 일을 언제 어떤 형태로 하게 될지 모르기에, 꾸준히 비용을 통제할 필요가 있겠다. 하지만 (+)를 더 늘리는 방향으로 고민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좋았던 한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