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하고 단순한 하반기를 예상했다. 컨설팅의 형태로 일을 돕고 있던 두 회사와의 협업 구조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고 여겼다. 연말까지 이대로 적게 일하고 많이 벌며, 남는 시간을 잘 활용해 차곡차곡 나의 일을 준비하기만 하면 되겠다 생각했다. 7월 첫째 주에는 공유 오피스에 고정석도 얻었다. 본격적으로 내 일을 준비해볼 수 있는 여력이 생겼고, 슬슬 마음도 동한다고 느꼈기에. 

하지만 한 달은 이런 안온한 느낌이 무색하게 만드는 큼직한 일이 연달아 일어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불과 한 달 전에는 상상조차 못했을 고민과 선택들이 내 앞에 놓였다.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삶이 더 재미난 것이겠지.

그 중 하나라면, 일을 돕고 있던 회사 중 한 곳으로부터 오퍼를 받은 일. 좋은 친구 사이인줄 알았는데 갑자기 고백을 받아버린 것처럼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작년 6월 말 퇴사한 이후로 두루 여러 회사의 대표님들을 만나뵈었지만 마음이 동한 적은 없었는데- 이번 만큼은 달랐다. 오래 고민할 가치가 있는 제안이었다. 그 회사에 대해 예전에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장문의 문서와 긴 시간의 대화, 그 뒤 엿보이는 깊은 고민들 앞에서 50:50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해보는 것이 도리겠다 생각했다. 예전에 썼던 글과 생각들을 끄집어 내어보기도 하고, 새로 글을 써보기도 하면서 고민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테면 이런 주제의 글들을 써보았다. 

오래 두고 참고할 기록이 될 것이니, 이렇게 스스로 한 차례 글로 정리하여 남겨두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여긴다. 평온하고도 안온하게 머무르던 삶이 다시 (고통을 수반한) 짜릿함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기분이다.

예상치도 못한 펀치를 맞았다.

선택의 결과와 무관하게 오래 기억에 남을 여름이 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