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나고 자란지라, 어렸을 적에 바다며 계곡으로 캠핑을 많이 다녔었다. 덕분에 캠핑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그렇게 멀지는 않았다. 아마 많이 지치기 시작했던 2년 전 즈음부터 캠핑을 다니겠노라며 장비를 야금야금 사모았었다. 그러고도 한 번을 떠나지 못했다.

이번 연휴가 꽤나 길어서, 그리고 이제야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어서 캠핑장을 예약했다. 전날까지도 갈까말까 고민했지만 보무도 당당하게 금요일 출발. 어른 되고 첫 캠핑인데 혼자 2박 3일이라니. 조금은 쫄리기도 했지만, 수틀리면 바로 접고 돌아오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이렇게 편안한 마음을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스스로 많이 달라진 점이 아닐까 생각하며 셀프 칭찬을 해본다.

얼렁뚱땅 텐트와 타프를 치고 삼겹살을 구워 첫 점을 쌈에 싸서 먹었을 때의 기분좋음, 애를 먹다가 비로소 장작에 불이 붙어 밤 내내 장작을 태우며 모닥불 앞에서 멍때리던 시간들, 텐트 안에 누워 360도에서 서라운드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에 귀기울이며 잠이 들 때, 달빛만 비추는 소나무 숲을 걷던 새벽, 짐을 다 정리하고 운전해서 나오며 발견한 코스모스 꽃과 떼지어 이동하는 철새 무리들. 자연 속에서 홀로 앉아 멍때리는 시간이 참 오랜만이었고 또 귀했다. 종종 기회가 닿으면 떠나봐야겠다. 다음 번에는 이번보다 더 짐을 단촐하게 가져가봐야겠다는 생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