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싶은 글들이 많은데, 일주일에 두어 번의 뉴스레터(한 주 회고와 오픈채팅방 콘텐츠 아카이브)를 쓰고 나면 시간도 기력도 충분히 남지 않는다. 어떤 글감들은 문득문득 떠오르고 또 휘발되어버리기도 하고, 어떤 글감들은 잊혀졌다가도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만. 이 또한 어떻게 잘 관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메모 삼아 몇 가지 남겨본다. 

자연성, 가연성, 그리고 불연성 인간. 추석 연휴 중 떠난 캠핑 첫 날 새벽에 비가 왔다. 가져간 장작들이 습기를 머금지 않게 잘 싸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하지는 않았겠지. 공기가 너무 축축해 이튿날 저녁 캠프 파이어를 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열심히 불쏘시개를 집어넣고, 불이 꺼지면 또 집어넣고를 반복해 15-20분 만에야 겨우 장작에 불이 옮겨붙었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한 번 불이 붙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장작이 활활 타오르는 것이었다. '경영의 신'이라 불렸던 이나모리 가즈오는 책 '왜 일하는가'에서, 가만히 두어도 스스로 타오르는 자연성 인간과 주변의 영향을 받아 함께 타오르는 가연성 인간, 그리고 불을 붙여도 타지 않는 불연성 인간에 대해 말했다. 어떻게 하면 자연성 인간과 가연성 인간들의 밀도가 높은 팀을 만들 수 있을지, 반대로 무엇이 겨우 붙은 불에 찬물을 끼얹는 말과 행동일지에 대한 생각을 했었다. 

이상형. 새 회사에 가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이상형 뭐냐는 질문인데 (...) 답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어렴풋한 상은 있는데 이것을 생각으로 말로 글로 끄집어내어 정리하려니 곤란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이상형이라는 것을 정의해두어도 실제로 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을 때가 많았기에 의미가 덜 하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을 정리해둘 필요성은 느꼈다. 제프 베조스의 책 '발명과 방황'에는 이러한 문장이 나온다. "알다시피 사업계획서란 현실과의 첫 만남에서 휴지조각이 되고 맙니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는 훈련 자체를 통해 문제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일종의 정신적인 안정감을 얻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알게 되는 거죠. 이 손잡이를 누르면 여기의 이것이 움직이고 저 손잡이를 누르면 저게 움직이는 거구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게 첫 단계죠."

최근에 본 영화 '어쩔수가 없다'와 책 '실패를 통과하는 일'에 대한 독후감도 써볼까 했었다만 엄두가 나지는 않는다. (제가 쓰면 재미날 것 같은 글을 피드백 링크에 남겨주시면 함께 참고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