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밀란 쿤데라의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독서모임을 했다. 가벼움과 무거움, 믿음과 배신에 대해, 그리고 행복에 대해 이야기했다. 스스로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 와중인데, 예상치 못하게 다가온 이 책이 마음 속의 호수에 돌을 던졌다. 짬이 날 때마다 하이라이트 해둔 문장들을 살펴보는데,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곤 한다. 얘깃거리가 참 많은 책이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나, 인간의 시간은 직선으로 나아간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떤 특정한 지점에 닿는 순간, 그 자리에 멈춰서거나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행복이라는 닿을 수 없는 지점을 추구하는 과정 자체에서 몰입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고 믿는다. 이 또한 인간에게 주어진 벌이자 복이 아닐까. 그러니 별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욕망과 그 욕망의 작동 원리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그것이 향하는 바를 향해 그저 끊임없이 힘차게 달려나가는 것 뿐일거라 생각한다."

행복한 상태는 허상이고 순간이다. 저기에 도달하면 행복하게 될거야- 라고 생각하는 지점에 도달하는 순간, 그 것들은 이미 맛본 과거의 영광으로 전락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미 맛본 과거의 영광에서 불행히 머무르거나, 또는 다시 그 자리를 박차고 불확실한 무언가를 향해 고생스럽게 달려나가야 하는 것이다. 나는 누구와 함께,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가며, 종착역에 다다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