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수상레저기구 면허 2급 필기에 합격했다. 배를 몰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는데,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이 마음에 불씨를 당겼다. 추석 연휴 사이에 이것저것 찾아보고는 가장 빠른 주말 일정으로 필기 시험을 신청하고 책을 샀었다. 필기 시험은 700개 문제은행 중 50개를 출제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막상 책을 사고 난 9월 중순 - 말을 너무 바쁘게 보내서 책을 펼쳐보지도 못했었다. 결국 시험 당일 아침 6시에 일어나 4시간 벼락치기 하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이번 주에는 이거 하나만 잘 챙기면 된다고 생각하고는 결국 벼락치기를 해버렸기에 가장 자책한 순간 중 하나였고, 시험에 떨어져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시험 문제를 받아보니 너무 쉬워서, 10분만에 다 풀고 50개 중 41개를 맞춰서 100점 만점에 82점 받고 필기 통과. 1년 안에 실기 시험에 합격하면 작은 보트를 몰 수 있게 된다. 운이 좋아서 결과가 좋았지만, 다음에는 해내기로 한 건 더 확실히 해내서 이번처럼 조마조마하고 후회스러울 일을 만들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매주 토요일 꾸준히 상담을 받고 있다. 얼추 네 달째가 되어간다. 중간에 약간 텐션이 낮아졌던 순간도 있었지만, 요즘은 갈수록 만족도가 높아진다. 그간 여러모로 흩뿌려둔 사건사고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되면서, 나의 어떤 모습들을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될 때의 쾌감이 있다. 타인과 갈등이 생길때면 나는 감정 스위치를 끄고, 문제를 옳고 그름의 영역으로 치환하는 편이었다(는 사실을 어제 새삼 깨달았다). 내가 어떤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이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믿기도 했고, 나의 감정이 상대방에게 드러나는게 썩 프로페셔널해보이지 않는다고도 생각했던 것 같아서.

실은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의 갈등은 정확히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을때가 더 많다. 훨씬 더 세심하게 다루고 이야기했었어야 할 주제들을 너무 딱 잘라 이야기했던건 아닐까.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스스로 조금 더 잘 살펴봐줬더라면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서도 그만큼 보살필 수 있었을텐데, 내 감정을 외면하고 덮어두는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탓에 그만큼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도 무심했던 것 같다. 실제로, 내뱉는 말이나 쓰는 단어들에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며 에두른다. 속상했다, 서운했다, 슬펐다는 말 대신에 마음이 안 좋다고 표현하고, 미안했다, 안타까웠다, 동정심을 느꼈다는 말 대신에 마음이 쓰인다고 이야기한다. 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었을까 생각하며, 오랫동안 덮어두고 사용하지 않았던 감정의 스위치를 괜히 매만져보고 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