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니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랄 것을 해본 적이 없다. 책을 썼고 독서모임 클럽장을 했고 독서모임에서 일어난 대화를 아카이빙한 뉴스레터(=이 뉴스레터의 전신)를 운영했지만, 모두 마케팅과 서비스 운영의 일환에서 팀에 투명하게 공유하며 진행한 것들이었다.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제안을 받기도 했고, 또 퇴사 하고 나서는 회사 다니면서 왜 스텔스 모드로 창업 준비를 미리 하지 않았는지, 사이드 프로젝트 형태로 가설 검증을 해볼 수 있지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었다. 하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면서 일을 하다보면 해결되지 않는 갈증이 생긴다. 그건 돈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커버하지 않고 있는 업무 분야에서의 기회와 성장일수도 있고, 창작욕일수도 있고 명성일 수도 있겠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회사라는 시스템 내에, 구성원들이 이러한 갈증을 풀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구글의 20% 타임제 (=정규 프로젝트 이외에 최대 20%의 시간을 본인이 생각하기에 구글에 도움이 될만한 프로젝트에 쏟게 하는 것) 같은 것들. 하지만 그럴만한 여유를 가진 회사는 많지 않다. 반면 회사에 다니는 구성원의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은 -조금 드라이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일을 더 잘 해내는 것이다. 그 결과로 더 많은 보상, 더 넓은 기회와 자율성을 얻어 갈증을 해결하는 것이다. 일을 더 잘 해내었지만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또는 애시당초 그런 방향으로 풀리지 않는 갈증이었다면, 팀을 떠나는 것이 맞겠다. 회사 밖에서의 개인적인 사이드 프로젝트는 그 다음의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 그리고 이쯤되면 회사 일에 충분히 몰입하고 있지는 않은 상태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더 잘 하기도 떠나기도 싫지만, 내 갈증은 해소하고 싶은 묘한 상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구성원이 등장한다는 것은, 일과 성장, 그리고 보상에 대한 충족되지 않은 갈증을 회사 밖에서 해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뿜어내는 분위기는 금새 전염된다. 내 옆 사람이 몰입은 커녕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심지어 탈출 낙하산 버튼을 매만지고 있음을 안다면 주변의 팀원들이 과연 몰입할 수나 있을까 싶다. 결국 기업이 성장하고 그 과실로 생겨나는 기회와 보상을 돌려주는 수 밖에 없겠지만, 그러기 전에 이러한 징후가 포착된다면 해결을 깊이 고민해볼 일이다. 애시당초 포착되는 것 부터가 문제의 시작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