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일전에 감정 느끼기 연습 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쓰기도 했는데, 이후로도 평소의 사건사고들을 재료삼아 어떤 감정에 친숙하고 어떤 감정을 자각하지 못한 채로 살아가는지 발견하는 시간들을 갖곤 한다. 상담 선생님은 내가 스스로에게 느껴도 되는 감정과 그렇지 않은 감정을 구분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레 해주셨다. 

일과 성취에 도움이 되는 감정들은 곧잘 느끼되 - 뿌듯함과 같은 감정, 그리고 반대로 분함이나 아쉬움, 속상함과 같이 다음 성취를 위한 재료로 쓰이는 감정들 - 그렇지 않은 감정들은 대체로 자각하지도 못한 채 외면하고 흘려보내온 것 같다. 실은 무엇이든 자격이나 허락이 필요치 않은 스스로의 감정인데, 오랫동안 부여된 역할이나 되고 싶은 모습을 위해 자기검열을 해오진 않았을까. 나 자신에게 가혹했던 덕에, 많이 배우고 얻었으며 덕분에 지금의 내 모습을 대체로 좋아한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 가혹했던 탓에,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속상하고 서운하게 하기도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집에 있는 물건들을 잘 못 버린다. 말로는 미니멀리스트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막상 물건을 버리려 하면 그 물건이 내 손에 들어온 순간, 얽힌 어떤 추억들이 떠올라 쉽지 않다. 떠오르는 감정을 나도 모르게 외면하는 대신, 물건에 기억과 감정들을 투영하는 형태로나마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러나 물건에 추억, 애정, 관심, 감정을 담는 것이야말로 가장 미니멀 라이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스스로 발견하지 못했던 나의 어떤 모습을 상담 시간의 대화를 통해 거울에 비추어보듯 발견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이후에는 혼자서도 예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곤 한다. 신기하고도 만족스러운 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