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 회사에 출근해 일을 돕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공유 오피스에 자리를 구해, 다른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평일에 나가 조금씩이나마 이것저것 살피며 미세한 진척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월요일 아침 출근을 하면서, 이제야 새 사이클에 대한 적응을 마쳤고, 2개의 회사와 내 일까지 총 3개의 꼭지가 안정적인 상수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이제 정말 내 일만 잘하면 되겠는걸?

그러나 역시 삶은 예측할 수 없어서 더 재밌는 것. 삶이 안정감있게 굴러가기 시작했고 그 삶에 적응도 했으니, 이제 내 일을 더 성실하게 해보자-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상수로 여겼던 많은 것들이 다시 변수로 바뀌어버린 한 주였다. 삶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선택의 연속이고,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그 사람을 규정한다. 원칙에 따라 담대하게 선택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설령 실패로 돌아갈지라도 그로부터 배우며 원칙을 다듬는 수 밖에 없겠다. 그런 와중에 가장 마음에 오래 남은 조언은 '기분 좋은 선택'을 하라는 것이었다. 

• 엉클조 소세지 전문점에 갔다. 작년 10월인가 11월에 처음 갔었는데, 소세지가 참 맛있었고 가게 분위기도 좋아서 기억해둔 곳. 당시에 차를 가져간 터라 맥주를 못 마셔서 아쉬웠는데, 대략 9개월 만의 방문. 2층은 리모델링을 해버려서 예전의 노포 느낌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친절하신 사장님들과 맛있는 소세지, 그리고 잘 뽑은 생맥주 모두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 당산 허브족발에서는 족발을 시키면 비빔냉면을 함께 내어주신다. 맛잘알의 풍모가 느껴지는 곳. 더운 여름 저녁, 족발에 맥주를 먹고 한강을 잠시 걸었다. 해질녘의 무더운 날씨에도 뛰는 사람들이 많아서, 보며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다.
• 덕분에 어젯밤에는 오랜만에 5km를 달렸다. 경복궁 돌담길이 한 바퀴 딱 2.5km였고, 두 바퀴를 도니 5km가 되더라. 실은 원래는 네 바퀴를 돌려 했었다. 그런데 한 바퀴 뛸 즈음부터, 두 바퀴 이상 돌면 건강에 오히려 나쁠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서 두 바퀴만 뜀.
• 다시 조금씩 요리를 하고 있고 운동도 재개했다. 이래저래 흔들리고 불안정했던 삶이 다시 궤도에 진입하는 느낌이라서 좋다. 오늘은 감자탕을 해먹어봤다. 맛있었지만 꽤나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습니다. 역시 분업은 위대해. 다음에는 밖에서 해먹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