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혼자 자취를 하다보니 과일과 사이가 멀어졌었다. 매 끼니를 집에서 해결하는 것도 아니다보니 혼자 살며 사다먹기에는 구매 단위가 애매했다. 껍질을 깎는 등의 가공 과정도 귀찮았다. 과일 껍질을 버리면 날벌레가 잘 생기는 것도 싫었다. 이 모든 귀찮음을 감수할 정도로 내가 과일의 단 맛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런 연유로, 내 돈 주고 과일을 사먹어본 지가 정말 오래되었던 듯 하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와 오랜만에 만나서는, 성수동 어느 카페에 앉아 인도식 짜이티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주말 한낮에 실링팬이 도는 카페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꽤나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으레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그렇듯 근황을 나누고 또 문득문득 떠오르는 질문을 주고받곤 했는데, 여름 과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위와 같이 이야기했더니 상대가 크게 놀라서 나도 놀랐다. 아니 과일 안 좋아할 수도 있지! 대략 한 달 전 즈음 일이다.

그 날의 대화로부터 2주가 흘렀나. 쿠팡 로켓 프레시 장바구니 최소 금액을 채우다가 문득 그 날의 대화가 떠올랐다. 과일 섹션을 뒤적이다가 자두 한 팩을 사보았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술 마시고 집에 들어온 어느 날 자두를 꺼내 씻어 먹었다. 아니, 자두 왜 이렇게 달고 맛있는건데요?!

그리하여 8월에 접어든 이후로만 3일에 한 번 꼴로 자두를 주문해서 먹은 듯 하다. 쿠팡 주문 내역을 살폈더니 8월에만 누적으로 한 6kg 먹은 듯. 한때는 확고할 것이라 생각했던 입맛이나 취향도 변해간다. 결코 입에 대지 않았던 음식들과 친해지기도 하고, 오랫동안 굳이-라고 생각했던 여행을 즐기게 되기도 했고, 때론 예전보다 너그러워졌음을 느끼기도 하고, 친구, 동료, 연인을 비롯한 사람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주변 환경이 달라져서일까, 조금은 마음이 너그럽고 여유로워져서일까. 어떤 이유이든, 변해가는 모습이 싫지 않다. 오랫만에 직접 주문해본 자두 덕분에 과일을 조금 더 열심히 찾아먹게 될 것 같다. 더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들과 조우하고 도전해보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