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복숭아를 다 먹었다. 적당히 말캉말캉해진 복숭아를 다 먹을 즈음, 아침 출근길이 꽤 쌀쌀함을 느꼈다. 예전이었으면 10월 말까지 맨발에 슬리퍼 신고 열심히 쏘다녔을텐데, 어느새 발가락이 시려오는 것은 나이 이슈도 한 몫 했으리라.

가장 좋아하는 계절 여름을 보내주고 싶지 않지만, 흘러가는 계절은 어찌 할 방도가 없다. (사실 이미 떠나보냈어야 마땅하기도 하다.) 그러니 그저 다가오는 가을을 즐기는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돌아보니 회사 근처 횟집에는 전어와 대하 개시를 알리는 임시 팻말이 붙었다. 제철 음식을 배부르게 먹을 사람들을 찾아야지. 다가오는 추석 연휴가 꽤 기니, 용품만 왕창 사두고 한 번도 다녀오지 않았던 캠핑을 다녀올까 하며 추석 연휴에 여는 캠핑장을 살펴보고 있다. 캠핑도 다녀오고, 주말엔 등산도 해야지. 낮에는 너무 더워 달리기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낮에도 꽤나 뛸만한 날씨겠다. 뛸 수 있는 시간이 늘었으니 조금 더 성실하게 달려볼 것. 예전 상수동에 살 때 참 좋아했던 술집이 있었다. 밤 바람이 좋은 9월 내내 그 술집의 루프탑에 앉아서 와인을 마셔댔다. 루프탑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음 좋겠다.

이것저것 적어두고 나니, 여름을 떠나보내는 것이 조금은 덜 아쉬워지는 것 같다. 가을도 알차게 즐겨보아야겠다. 

p.s. 그래도 마음 속으로는 추석 전까지를 나만의 여름인 것으로 치겠다며, 다시 자두를 주문했다. 다음 주에는 고성에 다녀오게 될 듯 하다. 바다에 뛰어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