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가 주는 진한 감동을, 선수, 코치, 더 나아가 팀 전체가 만들어내는 응집력의 힘을 좋아합니다. 결코 자본만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스포츠의 규칙과 형식이 만들어내는 운명의 장난과 우연의 힘을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창의성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영화 「머니볼」을 좋아합니다. 모두가 기존의 룰을 고수할 때, 야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 또 남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승리를 만들어낸 언더독들의 이야기, 혁신가들의 이야기.

돌이켜보면 저는 늘 운동선수들과 코치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와 영화에서 영감을 받고 동기 부여되곤 했었습니다. 많은 것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지라도, 스포츠는 마지막까지 인류에게 감동적인 스토리를 그리고 영감을 선사할 거라 믿고 있는데요. 그래서 설령 선수나 코치는 못되더라도, 언젠가 스포츠 팀의 일원으로 인류에 기여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구단주의 꿈을 무럭무럭 키워나가며.

며칠 전에는 어느 창업가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에 참여했었습니다. 「머니볼」을 좋아하는 - 수천 억대 기업을 여럿 일구어낸 젊은 창업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지 뭡니까. 정말로 영화 「머니볼」처럼 비즈니스 현장의 진짜 룰을 파악하고, 성공으로 이르는 공식을 촘촘하게 세워나가면서 승리해나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장과 업을 어떻게 나만의 방식으로 정의하는지, 불리한 언더독의 입장에서 어떻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업을, 마케팅을, 채용을 해나가는지 들으며 많이 배웠습니다. 공고한 시장의 룰이야말로, 또 거대한 플레이어의 존재야말로, 혁신가에게는 기회구나 싶습니다. 말로만 「머니볼」 애호를 외치는 대신, 정말로 나만의 관점을 가지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봤는지, 어떤 현장에서 나만의 관점을 세워볼 것인지를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생각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사실 구단주 씩이나 될 필요 없는거 아닌가? (물론 시켜주는 사람도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