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경제학에서는 토지, 노동, 자본을 생산의 3요소라고 한다. 이 세 가지가 모여서 부가가치를 만든다. 생산이 이루어지는 기반인 토지를 제공한 지주는 임대료를, 노동력을 제공한 노동자는 임금을 받는다. 그리고 자본을 댄 자본가는 자산가치 상승의 차익과 이익잉여 배당을 받는다. 개별 계약의 구조가 미세하게 다를 수는 있겠으나, 사업이 망한다고 해서 토지의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다치지 않는 이상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을 수 있는다른 곳들은 많을테다. 리스크가 아예 제로는 아니겠으나, 로우 리스크이니 로우 리턴이다. 그러나 자본을 댄 사람은 다른 두 주체와는 다르게 가져온 자본을 모두 잃을 수 있는 위험을 지고 있다. 그만큼 성공 시에 가져가는 몫도 크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요며칠 사람들이 흥미진진하게 관전하고 있는 이슈 속 주체들 가운데 한 쪽은 200억에 가까운 자본을 베팅했고 토지도 인프라도 제공했다. 다른 한 쪽은 노동력을 제공했다. 아무리 흥행 비즈니스에서 압도적인 창의성과 팬덤, 그리고 트랙 레코드를 보유한 개인일지라도 게임의 룰은 룰이고, 계약은 계약이다. 자기 자본을 투여하지 않고 적은 리스크로 게임에 참여한 쪽과, 판돈을 다 잃을 각오를 하고 게임에 참여한 쪽은 셈법이 달라져야 하는 법이다. 직접 돈 넣고 스킨인더게임 한 쪽이 있었고, 게임의 룰을 위반하려 했던 쪽이 있었다.

사이다에는 관심없다. 대중들은 사이다에 열광하지만 사이다는 금방 질린다. 사람은 논리로 설득되지 않지만, 군중심리는 왜인지도 모르게 찾아왔다가 언제였는지도 모르게 사그라든다. 폭풍이 지나가고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실들이다. 이번 주 떠들썩했던 일련의 뉴스와 그에 대한 반응을 살피며, 솔직히 무척 의아했다. 인물 개개인에 대한 판단과 평가를 내리기 이전에, 산업 구조의 모순에 대해서 말하기 이전에, 개개인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땠고, 성과에 대한 보상이 후한지 박한지를 따지기 이전에, 수틀리면 판을 뒤엎는 상대를 나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었다.

인생은 길고, 사실관계와 그에 기반한 평판은 오래 남는다. 계속 플레이어로 게임에 참여하려면 살아있어야 하고,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부당하고 억울할 수 있지만, 다음 판에서 되갚으면 될 일이다. 내 생각의 출발선은 여기다. 당연히 나와 생각의 출발선이 같을 필요는 없지만, 일련의 뉴스들과 그에 대한 반응들을 보면서 세상에 나와 생각의 출발선이 다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음을 느껴서 솔직히 놀랐다.

누군가는 이런 시선을 엔터를 모르는 경영돌이의 반쪽짜리 생각이라고도, 법이니 경영이니 따지는 재미없는 얘기라고도, 또 시혜적이고 오만한 태도라고도 하던데. 그런 관점은, 이 상황이 즐거운 구경거리라서 그런걸까, 아니면 이쪽도 저쪽도 어차피 그저 그런 나쁜 놈이라서 그런걸까, 판결은 판결이고 대중들의 여론이 더 중요해서인걸까.

나는 그런 식으로 (부정적인 의미에서) 판을 뒤엎고 나서는 시도들이 용인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주의라. 계속 더 솔직하고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사람들을 알아보고 싶고, 그런 사람들이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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