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열흘 동안 연속 혈당측정기를 팔에 달고 지내봤었다. 혈당 스파이크가 어쩌고 건강이 어쩌고 참 많이들 이야기 하길래. 혈당측정기를 통해 식사를 하고 나면 혈당이 치솟는 것을 숫자로 또 그래프로 확인하고 나니 자잘한 생활 습관들이 자연스레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이를테면 야채 - 단백질 - 탄수화물 순으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가급적이면 샌드위치나 샐러드 정도로. 식사 직후에는 짬을 내어 최대한 산책을 하려 한다. 최근에는 차전자피 캡슐을 사다가 식전에 먹어보고 있다. 혈당이 급격하게 치솟는 것을 막아준다나. 중고등학교 시절 중장년의 선생님들이 건강을 위해 한다며 소개하던 일들을 죄다 하고 있는 것 같은 요즘이다.

아무리 관리한답시고 이것저것 해도 밥 먹으면 혈당 오르는 것은 당연하고, 운동하면 혈당이 관리되는 것도 당연하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들 호들갑을 떨은건가 싶다. 내가 너무 시니컬한건지, 기대치가 높았던건지. 혈당측정기는 반팔을 입을 시즌인데 애매한 위치에 붙여버렸구나 싶기도 했고 또 너무 자주 측정하고 영향을 받는 것 같기도 해서 열흘만에 제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은 해봄직하다고 생각한다. 건강하게 식사하고, 물 많이 마시고, 운동 잘 챙겨 하라는 당연한 말들을 지키기 어려운 성향이나 환경이라면, 이렇듯 숫자와 그래프를 보면서 자극받는 것도 좋겠다. 혈당을 관리하는 커뮤니티에 가입시켜준다거나 의사의 코칭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거나 하는 추가 비용들은 다 덜어내어도 괜찮다. 2주 정도 작동되는 연속 혈당측정기를 쿠팡에서 8-9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