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연프'라고 불리는, 일반인 출연자들이 나와서 커플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즐겨보곤 한다. 정확히는 꼬박꼬박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하트시그널'과 '환승연애', 그리고 '솔로지옥'. 반면 사람들이 열광하는 '나는 솔로'는 그간 한 편도 안 봤었다. 릴스와 쇼츠를 통해 보여지는 단면만으로도, 너무나 여과없는 날것 그대로인지라 이미 고통스러웠달까. 어제에서야 '나는 솔로'의 에피소드 한 편을 처음으로 제대로 봤다.

다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1년에 하나씩 하여 각각 서너 개의 시즌을 내놓은 사이, 어느새 '나는 솔로'는 20기에 접어들었다. 어느새 여러 기수를 아우르는 유니버스까지 구축하고 있나보다. 타인들의 욕망을 날것 그 자체인 상태로 엿보고 싶어하는 마음을 건드리며 차별화에 성공해냈고,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어내는 생산 혁신에 성공하며 다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공백기를 점유해냈다. 감탄스럽다.

매일매일 좋은 원두로 내린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고 살 수는 없다. 커피의 풍미를 즐기고 싶은 날이 있는 반면, 때로는 빠르게 카페인을 수혈하기 위해 가깝고 저렴한 메가 커피에서 커피를 사다마시는 날도 잦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이 프로그램이 원재료로 삼고 있는 것은 원두도 식자재도 아닌 사람 그 자체다.

프로그램 속 출연자들이 '나는 솔로'의 세계 속에서도 또 현실로 돌아온 이후에도, 아무런 보호 없이 가혹하게 소비되고 있는게 아닌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테고 시장의 고고한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을거다. 남의 비즈니스에 대해 왈가왈부할 일도 아니다. 어제 본 '나는 솔로'를 떠올리다보니 창작자는 무엇을 만드는 사람이고,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 오늘 크기.. 끝까지 읽어야 하는군요. 매우 좋은 시도였습니다. 항상 배웁니다.
  
    ↪️ 피드백 감사합니다. 글을 쓴다는 생각에서 더 나아가 지면을 구성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보았습니다. 그나저나 이번 뉴스레터는 유독 여러 번 반복 오픈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아마 오류가 난게 아닐까 하며 여러 차례 열고 닫고 하신게 아닐까 싶어요 하핫. 계속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려고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마구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