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마지막 퇴근 사진을 올렸다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여러가지 형태로 연락을 주셔서 황송해하면서 답장을 했다.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까지 내내 연락에 답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다.

2. 키보드, 모니터 받침대, 노트북 스탠드 등, 회사에서 쓰던 물건들 중 부피가 큰 것들이 많은데, 경험상 이런 것들을 쉽사리 누구 주거나 버리면 또 결국 거의 같은 걸로 다시 사게 되어서 이번에는 다 가져와버렸다 허허. 더군다나 선물도 많이 받아서, 갑자기 집이 혼돈의 카오스가 됨. 꽃은 화병에 꽂고, 물건과 편지들은 정리하고. 주말 내내 정리했는데 아직도 조금 더 해야 한다.

3. 어디 가는지, 이직인지 창업인지를 직간접적으로 물어보시는 분이 많았고, 또 감사하게도 트레바리의 상징(?) 인간 트레바리(?)인데 왜 어디 가냐고 아쉬워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퇴사 소식을 전해들은 분들이 주시는 연락과 질문들을 반영해서(?) 동료들에게 썼던 퇴사 인사 메일을 조금 고쳐 퇴사 소식을 SNS (인스타그램 / 페이스북 / 링크드인) 와 뉴스레터에 전했다.

4. 어떤 반응을 기대하고 글을 썼던 건 아니었고, 그저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내 근황을 최소한의 형태로 알려두어야 나중에 이야기할 때 수월하기도 하고 놀래킬 일도 적을 것 같아서였는데, 인스타그램은 좋아요 600여개에 댓글 50여개, 페이스북은 좋아요 217개, 링크드인은 좋아요 246개에 1.7만 노출. 링크드인 친구 신청도 80개 받았다. 생각해보니 한 번도 세 개 채널에 같은 글을 동시에 올려본 적이 없어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바나프레소 오늘의 운세만 올림) 이런 반응들이 좀 생소하다.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께 정성껏 댓글을 달았다.

5. 최소 3개월 동안은 어떤 큼직한 의사결정도 하지 않고, 가급적이면 어떠한 의사결정으로 나아갈 준비도 하지 않고, 가만히 쉴까 하고 있다. 1년 넘게 휴식이나 준비가 길어지는 것은 재무적으로도 경력관리 상으로도 타격이 크다고도 생각하고 있다.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지,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찬찬히 들여다볼 귀한 시간을 얻었으니 잘 써야지 싶다. 부모님과 여행도 한 번 정도는 다녀올까 싶고.

6. 일요일 밤에는 트레바리 클럽 멤버들과 번개가 있어 연남동으로 향했다. 장마가 저녁 7시부터 시작된댔었는데, 다행히 비는 커녕 맑아서 좋았다. 오래간만에 걸은 홍대입구와 경의선 숲길은 여전했고, 연남동 뒷골목 어느 술집에서 먹은 음식과 술, 그리고 대화 모두 즐거웠다. 다섯 명 중 나를 포함한 두 명이 퇴사와 유학을 앞두고 있어 감사하게도 퇴사 선물도 받았다.

7. 잠이 너무 많아졌다.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12-1시) 잠들고, 평소와 같은 시간인 7시 알람에 깨는데 너무 쿨하게 알라미 기상 미션 2개를 수행하고 다시 잠들었다가 10시에 깬지 3일째. 그간 잠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 긴장이 풀린 것도 사실일거라, 일단은 조금 큰 걱정 대신 스스로를 더 지켜보기로.

8. 뉴스레터를 어떻게 운영할 지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시간을 더 자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된 만큼,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예측가능한 범위의 내용을 예측가능한 시점에 받아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 2회? 아님 주 3회? 읽은 책에 대한 소개? 내가 최근에 읽은 아티클들의 링크와 의견을 담은 큐레이션? 그래도 가끔은 에세이(를 빙자한 일기)? 등등. 글을 더 자주 열심히 써야겠다는 개인적인 마음으로 시작했던지라, 어떤 가치를 / 누군가에게 드려야겠다는 상이 맺혀있지 않은 상태인게 민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