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한 달이 흘렀고, 트레바리 독서모임 '갈팡질팡'의 두 번째 모임이 다가왔다. 우리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자서전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를 읽고 모여, 각자의 인생 노래 또는 요즘 가장 큰 울림을 주는 노래를 소개하고 함께 들었다. 알고리즘을 벗어나 서로가 소개하는 노래들을 들어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무척이나 충만했다. 내가 소개했던 노래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엔딩 시퀀스와 함께 흘러나왔던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 (링크). 이 날 모임에서의 이야기, 그리고 못다한 이야기를 조만간 별도의 글로 다루어보려 한다.

트레바리에서 일하며 만났던 C님은 본인의 생일에 지인들과 함께 invitation-only의 컨퍼런스를 열곤 한다. 2년 전에는 낙성대 근처의 바를 빌려 진행했던 오프라인 행사에 초대받았었다. 시대정신에 대해 고민하고 나름의 사유를 발표하는 C님과 그의 친구들을 보며, 그간 내가 너무 흐리멍텅하게 살았던 것은 아닌가 하며 자극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올해는 그가 미국으로 이주(?)했기에 오히려 창의력을 발휘해, 메신저형 협업툴인 '슬랙'에서 오로지 텍스트로만 소통하는 컨퍼런스를 연다 (링크). 감사하게도 재미있는 기회를 제안받아, 나 역시 C님을 포함한 두 명의 친구들과 텍스트로 하는 대담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 날 컨퍼런스를 관통하는 질문은 '인생에서 무엇이 사라지고 있나요?'이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여전히 막막하고, 어떻게 해야 재밌을지 고민스럽지만, 좋은 질문을 던질 줄 알고 깊이있게 고민할 줄 아는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는 건 행운이다. 나 역시 이들에게 계속 의미있는 질문과 고민을 던지고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