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크림이나 나이키 앱을 열고 뭔가를 샀었는데, 이제는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다. 절대적으로 옷과 신발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끔 새로 갖고 싶은 것들이 생길 때가 있으니까, 아예 뭐가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줄여두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산 옷과 신발들을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하고 있다. 옷과 신발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품목들이 비슷하다. 늘 뭔가를 더 많이 갖고 싶었고, 주문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고, 실제로 그것들을 열심히 사용했었다.

반면 요새는 물욕도 줄었고, 안쓰게 된 물건들도 많다. 이를테면 어느새 1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는 옷, 신지 않는 신발들이 부쩍 늘었다. 최근에 뭔가를 새롭게 산 일이 거의 없음을 생각하면, 삶이 많이 단조로워진 덕일테니 기뻐해야 할까. (아, 등산복이 없어서 최근에 크림에서 나이키 acg 등산복을 사긴 했다. 등산복 브랜드를 피한 것은 아저씨가 되고 싶지 않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이렇게 되고나니, 집안이 버릴 물건 투성이라 청소하는 재미가 생겼다. 애플 '미리 알림' 앱에는 매일 '물건 하나 버리기'라는 항목이 반복되도록 설정해두기도 했다. 그래서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날이면 물건들을 왕창 버리고 빈 공간을 치우곤 한다. 어떤 물건들은 비싸게 주고 산지라 아깝기도 하고, 또 어떤 물건들에는 얽힌 추억들도 많아 아쉽다. 가끔은 다음 주에 다시 생각해봐야지 하고 잠시 옆으로 밀어둔다. 또 어떤 물건을 버릴 때는 이 물건을 언제 왜 들이기로 결심했는지 그리고 왜 이별하게 되었는지를 회고해보기도 한다.

이러나저러나 충분히 비어있어야 새로운 것들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새롭게 들어오는 물건보다 그 쓸모를 다하고 사라지는 물건들이 더 많아서, 그리하여 계속해서 여백의 넓이가 넓어져서 기쁘다. 청소를 하며 한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