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I: 당근 거래 하고 피곤한 10월 다섯째 주 회고

10월 다섯째 주에 있었던 일과 그에 대한 생각들

2024.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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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Essay)

당근 거래 하고 피곤한 10월 다섯째 주 회고

1. 대화

가리비 구이와 모듬 꼬치구이를 먹고 근처 시샤바에 갔다. 물담배를 마지막으로 피웠던게 언제더라. 따뜻한 민트 티 마시면서 수다를 나눴다. 아마 하고 싶은 것들, 하기 싫은 것들, 망설이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을거다. 뭔가 이것저것 구구절절 이야기를 했는데 잠깐의 조심스러운 침묵 후에 '근데 생각이 너무 많은 것 아님?!'이라는 반응이 돌아올 때가 있다. (물론 그 이후에는 깊고 애정어린 고민 끝에 꺼내놓는 감사한 의견이 뒤따른다.) 약간 머쓱한 동시에 굉장히 속시원하고 기분좋고 마음 편해지는 순간이 좋았다.

2. 감상

요즘 가장 큰 울림을 준 노래는 무엇이었나요? 를 쓰는데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 왜 이렇게 공들여서 열심히 썼었지? 하고 복기를 해보려니, 나는 평소 음악도 잘 안 듣고 감성도 바싹 메말라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종종 영화 보고 음악 듣고 감상을 남기는 요즘의 스스로가 내심 기특했던 듯 (...) 스스로를 가끔은 예뻐해주되 취해있지는 말자고 다짐했다.

3. 수영

11월 수영 강습 개강. 10월 막바지에 전기장판 개시 이후로 침대를 빠져나가는 능력이 약해져서 강습을 몇 번 빠졌었다. 그래서 접영 강습반에 더 머무르기로 하고 재등록. 월수금요일 아침 7시의 강습은 조금 부담스럽긴 한데, 그래도 일단 한 달 더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강습을 받으면서, 강습이 없는 화목토요일에는 여유롭게 자유 수영을 해야겠다고 생각만 했었는데, 어제 토요일에야 드디어 갔다. 생각해보면 수영장 다닐 때는 늘 강습만 들었었고, 놀러가서도 운동하듯 수영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처음으로 애플워치 기록 켜두고 레인을 돌아봤다. 토요일 오전에 자유수영 오시는 분들은 어찌나 쉬지도 않고 레인을 도시던지. 민폐가 되지 않으려고 열심히 따라 돌았더니, 30분 지나니까 토할 것 같던데요? 30분 동안 700미터 딱 돌고 튀튀. 그래도 1.5km는 쉬지 않고 돌아야 한다던데, 그 자유수영 레인의 흐름 속에서 내 페이스 대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러닝이 그러했듯 기록 끌어올리는 재미가 있으니 종종 체크해봐야지.

4. 텍스트로 하는 컨퍼런스

토요일에는 지난 주 이것저것 많이 했다 10월 넷째 주 회고 에 썼던 '텍스트로 하는 컨퍼런스'에서 수다를 나눴다. '슬랙'이라는 협업 툴의 기능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사람들을 주목시키기도 했고, 그런 와중에 여러모로 영감을 주는 이야기를 듣고 또 나누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나 역시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한 꼭지를 맡았었다. 조금 더 열심히 잘 준비할 걸 생각하며, 아쉬운 마음을 품고 마무리. 이날 했던 이야기들은 조만간 별도의 꼭지로 다뤄볼까 한다.

5. 롤드컵 결승

새벽 세 시로 예정되어 있었던 F1 상파울루 그랑프리 퀄리파잉을 기다리다가 우연히 롤드컵 결승 중계를 봤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롤 중계였다. 게임 그 자체도 이 스포츠의 맥락도 잘 모른다. 하지만 5판 3선승으로 우승자를 결정하는 결승전에서 패승패승승으로 - 4차전과 5차전을 연달아 승리로 이끄는 페이커를 보면서 왜 그가 영웅인지는 명확하게 알았다. 해결해야 할 때 해결해내지 못하면 그 다음에는 어김없이 거대한 위기가 찾아오고, 반대로 어려운 수비를 제대로 해내면 흐름은 뒤바뀐다. 해결사란 영웅이란 그런 역할을 해내는 사람이었다.

6. 당근

맥북 에어를 사면서 아이패드를 애플스토어 트레이드 인으로 반납했다. 그러고나니 아이패드용 매직 키보드만 덩그러니 남았다.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당근 거래. 물건을 처분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최대한 빨리 처분하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같은 매물을 검색해보고 매물로 남아있는 물건의 가격보다 몇 천원 - 만원을 더 낮춰 올린다. 내가 최저가로 올린 셈이므로, 추가적인 가격 조정 요청은 받지 않는다고 적어둔다. 당근에서 몇 차례 대화와 거래를 해보며 느낀 점은, 그렇게 적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깎고 흥정하는데에서 진정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채팅에서 한 번의 네고를 거절했다. 이미 최저 가격으로 올려두었으니 이 가격으로 사시거나 다른 것을 깎아서 사시라고. 그랬더니 다시 마음을 바꿔서 이 가격으로 사겠다며 있는 곳까지 온단다. 만나서도 키보드를 유심히 보며 흠을 잡아보려 애를 쓰고, 버스 정류장에서 여기까지도 멀리 걸어왔는데 조금이라도 깎아줄 수 없냐고 묻는다. 결국 만원을 더 빼주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런 흥정이 유희이고 재미이고 성취일지도 모르겠다. 실은 안 빼줘도 성사될 거래였을 수도 있고, 이미 사전에 이야기를 했으니 그냥 거래를 불발시키고 돌려보냈어도 할 말 없을지도. 하지만 나에게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가장 값싼 것이다. 내 감정 에너지를 지켜내고, 인간에게 더 실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래서 당근 거래를 잘 안 했었구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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