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들 사이 시간이 뜨면 스타벅스에 가곤 한다. 그런데 이날은 뭐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건지 한 아저씨가 1층에서부터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고 발소리를 쿵쿵 내며 2층으로 올라왔다. 올라와서도 성을 내며 의자를 당겼고 의도치 않게도 의자가 넘어지면서 더 큰 소리가 났다. 한껏 화가 난 사람은 그럴 때면 오히려 더 당당하게 허장성세를 부리는 것 같다. 이쯤되면 진상이다. 그는 따라 올라온 점장같아보이는 사람에게 연달아 화를 냈다. 하지만 점장의 대처가 먹힌 덕인지 그는 다시 1층으로 고분고분 내려갔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스타벅스 2층에 있던 사람들은 목소리를 낮춘 채 그쪽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고, 모든 상황이 끝난 이후로도 공간은 조용해진 채였다.

문제가 있다면, 나는 그 이후로 한껏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였다는 것이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내 대각선 앞 자리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는데, 쩝쩝거리는 소리가 너무 거슬려서 하던 일을 도무지 마무리지을 수가 없었다. 소리의 데시벨에 예민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순간순간 거슬리는 소음들이 있다. 정확히는 타인이 (또는 나나 내 일행이) 민폐를 끼치는 상황과 그 속에서의 소리들이 싫은 것 같다. 입을 벌리고 음식을 먹는 쩝쩝 소리, 조용한 공공장소에서 유독 공간이 떠나가라 웃는 웃음, 사무실에서 손톱 깎는 소리, 찌르는 듯한 소리로 귀에 꽂히는 카페에서의 뒷담화 같은 것들.

그러던 차에 롱블랙 아티클 '룹 : 콘서트 필수템 귀마개, 연 매출 1800억원 비즈니스가 되다'를 읽고 룹의 귀마개를 사보았다. 효과가 있을지 지켜봐야겠지만 어쨌든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는 것으로 한다.

그 외에도 한 주 동안 즐겁고 뿌듯한 일들, 반가운 만남과 감사한 배움들이 많았다. 새삼 그간 얼마나 바쁘고 마음의 여유가 없이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일전에 함께 독서모임을 했던 멤버가 '삶의 단차를 다양하게 만들어두어야, 하나가 무너져도 다른 하나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늘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믿었고 때로는 모든 것을 잃더라도 다 걸어야 한다고도 생각했기에, 그런 말들이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여전히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고 때로는 많은 것을 걸어서라도 성취할만한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꼭 남겨두어야 하는 것들마저 도미노처럼 무너져버리지는 않도록 지켜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우정, 가족과 연인, 몸과 마음의 건강, 나다움 같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