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갑작스러웠던 비상 계엄 선포와 이후의 정세 탓에 뒤숭숭한 요즘이다. 특히나 당일이었던 엊그제는 뉴스를 보고 또 봐도 믿기지가 않더라. 소식을 접하고부터, 의원들이 국회의사당에 모여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시킨 이후까지의 몇 시간을 무척이나 황당한 마음으로 보냈었다.

2. 불과 그 몇 시간 사이에 뉴스와 뉴스의 댓글, 소셜 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 그리고 단체 카톡방과 오픈 채팅방 등에서 여러 소문과 이미지들, 링크들이 떠돌아다녔다. 혼란스럽고도 불안한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만나고 모여,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며 증폭시켰다. 이성과 지성보다는 감정들이 앞장선 시간들이었다. 

3.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과 해야 하는 것들에 집중하려 했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난 정보량, 그 사이 섞인 가짜 뉴스들, 그리고 여과없이 전달되는 감정들이 쓰나미처럼 밀려들어와서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던 것 같다.

4. 속해있는 채팅방들이 참 시끄러웠다. 계엄령 선포 이미지에 자막을 합성해 만든 '오후 11시 이후 통행시 불시검문+체포' 이미지가 나돌고, 휴교령과 출국 통제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도 떠돌았다. 도로를 주행하는 장갑차며 탱크의 이미지도 빠르게 전파되었다. 동일한 이미지와 텍스트를 여기저기 퍼나르는데에 열심인 사람들도 많았다. 분노와 행동을 촉구하는 이야기들, 여과없는 표현들이 거칠게 문을 열어제꼈다.

5. 계엄이 해제된 이후 일련의 상황들을 복기해보기도 하고 사실관계들도 정리해보다보니, 그야말로 순식간에 발현된 군중심리 아니었겠나 싶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고,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 

6. 그런 군중심리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 또한 무의미하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가짜 뉴스를 전파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도, 또 불필요하게 사람들을 격정으로 몰아넣는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은 것 같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침착하고 냉철하게 상황을 이해하고 이성적으로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7. 꼭 필요한 경우에만 출처가 명확하고 사실관계가 확인된 정보만을 공유하는 것, 사람들을 동요케 만드는 격한 감정적 표현을 자제하는 것, 침착하고도 묵직하게 그러면서도 동시에 명랑하고 유머러스하게 맞닥뜨린 상황에 대처해나가는 것.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또 다짐헀다.

8. 독서모임 '성장 곱하기 성장'을 진행하면서 함께 읽었던 귀스타브 르 봉의 책 '군중심리' 속 구절들이 떠올랐다.

p.s. 그러나 나라고 다를까. 나 역시도 우매한 군중 1이었다. 오늘 오전, 뉴스레터 오픈채팅방에 잘못된 정보를 살포하고 말았다. 전달받은 짤에 오류가 있었음에도 그대로 공유한 것. 으휴, 정말 부끄럽고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