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받은지 이제 7개월이 다 되어간다. 스스로를 탐구하는 시간이 여전히 즐겁고 보람차다.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이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마음이 생겨난 계기가 되는 사건이나 사람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보면 50분이 훌쩍 간다. (동시에 여러 대화들 사이에서 공통분모를 찾고 꽁꽁 숨겨둔 마음 속 내핵으로 진입하는 과정은 참 머쓱하다.)

스스로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알아가다보면, 내가 느끼는 감정이 실은 상대방 탓이 아니고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어떤 버튼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내 몫으로 주어진 과제나 숙제를 해결해야 비로소 그 다음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상담을 받기 시작한 이후로 예전이었으면 화를 냈거나 발끈했을 일 앞에서 너그러워진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 오랫동안 스스로를 가혹하게 몰아세웠고, 그런 만큼이나 상대방에게도 모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아 이건 이번 주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난 주 토요일에는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들어가는 길에 한 분, 나오는 길에 두 분의 지인을 마주쳐서 반갑게 인사 나눴다. 심리상담 예찬론자가 된 탓에 여기저기 소문을 내고 다녔더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생각했다.

이번 대통령 탄핵안 투표 정국을 지켜보며 가장 어이없고 얄밉다고 느꼈던 레토릭은 '질서있는 퇴진'. 은연중 마치 탄핵이라는 방식이 질서 없고 혼돈을 유발하는 양 프레임을 짜려 드는 시도였다. 무질서를 만들었고 이것이 재발될 가능성이 있다면 신속정확하게 도려내는 것이 마땅하다고 믿는다. 비상계엄이라는 말도 안되는 사건 앞에서야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인지라 이런 말장난에 넘어갈 리 없을테지만, 평소에도 이런 단어 사용을 주의깊게 살펴야 하겠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해제되는 과정, 그리고 이후 탄핵안의 가결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군의 면면을 두루 지켜볼 수 있었다. 1인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된 시스템의 한계를, 그 1인이 선거로 선출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니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반면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며 계엄을 해제시키고 행정부와 군에 대한 질의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해나가면서, 탄핵안의 가결과 그 이후의 수사와 헌법재판소 판결을 준비하는 모습에서는 희망을 봤다. 세상에 완벽한 시스템은 없으니, 민주주의라는 OS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또 업데이트하며 버그를 잡아나가는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이번에 한 번도 국회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런 주제에 말이 길었다. 추운 겨울 집 밖으로 나가 목소리를 낸 많은 친구들과 동료들, 수많은 시민들에게 큰 빚을 졌다는 생각을 했다. 참 많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