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요일에 보내었던 회고의 막바지에 "3월에 좀 게을렀던 이유를 돌이켜보는데, 아무래도 한국의 불확실한 정치상황이 주는 피로감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왜 당연히 진즉에 끝났어야 할 일이 아직도 지지부진한거지, 생각하면 부아가 매우 치민다. 동시에 가끔 법도 대중의 마음도 내 판단과는 참 다르게 움직일 때가 많다는 생각을 한다." 라고 적었었다. 그런데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인가 싶게 4월 4일(금) 11시에 선고가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결과는 8대0 만장일치로 탄핵 인용. 마음을 많이 졸여왔지만 동시에 기대했던 그리고 예상했던 결과라서 기뻤다. 

판결문을 낭독하는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하나하나가 얼마나 고심 끝에 만들어진 문장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재판이 성립되는 과정에서의 절차적 흠결 논란, 그리고 이 재판이 다루었던 쟁점에 대해 조목조목 이견이 없게 정리한 것이 반가웠다. 이견이 없는 문장들을 다듬고 또 다듬느라 늦어졌으려니 하며 이해해보기로 한다. 

판결문은 이내 정치로 풀어나가야 할 일은 무엇이고, 결코 무력을 동원해서는 안 되었을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짚었다. 비상식적이었던 계엄령의 선포와 이후 재판 과정에서 이루어진 납득 불가능한 변명들, 그리고 그 변명들을 근거로 주장을 펼쳤던 일부 사람들과 미디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문장들이었다.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군에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언급, 그리고 신속하게 계엄이 해제되는데에 시민들과 군경이 어떻게 기여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역사에 길이 남기를 바랐다.

나름의 루틴을 지키며 생활하려 애쓰지만,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남 눈치볼 일도 상황도 잘 없다. 더군다나 급하게 끝내야 하는 일 같은 것도 거의 없다. 자연스레 스마트폰을 - 특히 인스타그램을 너무 오래 보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나 자기 전 침대에 누운 채로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시간을 낭비하는 느낌이 들어 Freedom 이라는 앱을 써봤다. 그리고 만족해 평생 플랜을 결제했다. 지정된 시간에 미리 지정해둔 앱들을 (또는 인터넷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이 주 기능이다.

이게 뭐 별거냐 싶지만, 1) 쓰던 앱이 시간이 되면 막히고 더 대단한 일을 하라는 메시지가 뜨고 2) 앱을 계속 사용하려면 굳이 Freedom 앱을 열어 세션을 종료해야 하는 두 단계의 허들이 나의 약한 자제력을 보완해준다. 지정해둔 앱의 사용이 막히면서 뜨는 'You are free. Go do great things.' (때론 Go do great things 대신 'Do what matters') 라는 메시지는 '아 내가 시간 낭비를 하고 있구나' 하고 자각하게 만든다. 어떤 앱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제약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아이러니를 느끼는 순간.

그리하여, 자고 일어나면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자연스레 바로 침대 밖으로 나와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노트북 앞에 앉게 된다. 자기 전에도 스마트폰으로 할 것이 없어서 곧장 잠을 청하게 된다. 덕분에 스크린 타임이 대폭 줄었다. 만족스러운 소비였다. 

• 러닝: 16km를 뛰었다. 2회에 걸쳐 각각 6km, 10km.
• 수영: 2,000m 수영했다. 1시간 동안 2,000미터를 돌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두 달 동안 지지부진했어서, 4월 목표를 누적 8,000m 수영하기로 바꿔버렸었는데... 목요일에 수영 하러 가서 1시간 동안 2,000미터를 돌아내었다(?!) 근 두 달 간 못했던 것이 갑자기 되어버려 무척 신났던 목요일이었다. 야호!
• 체중: 최저 체중은 65.7kg. 지난 주보다 -0.8kg. 돌이켜보니 3개월 만에 6kg 정도를 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