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도중에 이렇게 메모를 성실하게 남겨본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어딘가에 가야겠다거나 뭔가를 봐야겠다거나 뭔가를 먹어야겠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웠던 덕분이다. 덕분에 비로소 이런저런 생각들이 자연스레 피어나는게 아닐까 싶다. 그때그때 잘 기록하고, 뿌려둔 생각의 씨앗들을 발아시켜서 더 깊이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요즘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교환학생으로 6개월을 살아보고 나서, 나는 함께 교류하는 사람들의 말과 글에 참 민감하구나 생각했었다. 영어로는 중고등학생, 독일어로는 초등학생 수준이 될까말까 한 짧은 언어로는 상대를 이해하기에도 또 나를 설명하기에도 힘에 부쳤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해외에서 더 공부하거나 일하며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내려두었던 듯 하다. 

작고 고즈넉한 대학도시 에딘버러에 며칠 머무르며, 즐겁게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뭔가를 더 공부하고 찾아보고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는 도시였다. 여전히 해외에서 일을 하고 공부하는 것이 썩 내키지도 않고 잘 상상이 되지도 않지만, 에딘버러라면 한 번 쯤은 살아봄직하겠다고 생각하며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 듯 하다. 아직 여행 일정이 좀 남았다. 더 많은 것들을 밖에서 그리고 안에서 발견하고 정리할 수 있기를 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