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초 어느 날, 아이폰 사진 앱을 보니 어느새 75,000장 넘는 사진을 갖고 있더라고요. 전날의 사진 총량보다 최소 열 장은 줄이는 것을 루틴으로 삼고, 매일 사진 앱을 열어서 이제는 의미가 덜해진 사진들을 지우고 있습니다. 열 장을 지우는 게 아니라, 총량을 열 장 이상 줄이는 것이다 보니 은근히 어려운데요. (찍은 만큼 더 지워야 하니까요!) 얼추 두 달 정도가 지난 어젯밤에 사진첩을 보니, 1,000장이 줄어 74,000장에 가까워져 있었습니다.
꽤 많은 사진들을 지웠습니다. 레퍼런스 삼으려고 캡쳐해 둔 스크린샷 이미지들, 음식 사진을 잘 찍어보겠다며 여러 장 찍은 흔적들(인스타그램 피드용과 스토리용으로 가로세로 다양하게도 찍었었네요.), 곳곳에 남아있는 - 지나간 연애의 수많은 추억, 즐거웠던 일터에서의 순간들, 모임과 만남의 기억을 조용히 둘러보며 삭제를 누르곤 합니다. 매 순간 분명 의미도 있었고 그래서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컸던 것 같은데. 예전에 캡쳐해 둔 레퍼런스 이미지들은 이제 의미가 덜해져서 삭제. 그저 사랑스럽기만 했던 얼빡샷을 그대로 남겨뒀다가는 지나간 연애를 너무 못나게 기억할까봐, 가장 행복해 보이는 사진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삭제. 새벽에서 아침으로 이어지는 캠퍼스 잔디밭에서 연사한 사진들도 삭제.
한때는 소중했던 즐거웠던 의미 있었던 수십 장의 순간들이, 한두 장만 빼곤 지워지는 것이 못내 아쉽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편집과 큐레이션의 과정을 통해 정-말 소중한 기억들만 기록으로 남겨둘 수 있겠지. 빈 공간이 생겨나는 만큼 새로운 무언가가 들어올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여러분은 사진을 얼마나 찍고, 어떻게 보관하고, 지우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