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인 친구로부터 카톡이 왔다. "어머니 교통사고 나셨다며? 괜찮으셔?"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놀라 엄마한테 전화를 했더니 누구한테 그 얘기를 들었냐며 오히려 역정을 내신다. 아니 누구한테 들었는지가 뭐가 중요하냐고요. 이틀 전이었던 수요일 이른 아침에 차량 접촉 사고가 났고 (듣자하니 낸 것에 가까웠다), 다행히 아무도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엄마는 목이 뻐근하며, 타던 차는 폐차시켜야 하는 상황. (그리하여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고등학교 동창에게 새 차를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는 방법을 물으려 연락이 닿은 것이었다.)

같은 날인 수요일 오후에 아빠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5년 전에 초기 암을 발견해 수술을 받았던 아빠의 5년차 마지막 검사가 8, 9월에 있다. 이번 검사 결과가 괜찮으면 완치 판정을 받는 셈이니 이후에 다시 여행 계획을 세워보자며. 사고가 났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 그 마음이 이해가 되어 아쉽지만 그러자고 했었는데, 이렇게 되니 실은 사고로 돈 나갈 구석들이 많아져서 검사 핑계를 댄 게 아닌가 싶어졌다. 검사 일정은 작년부터 잡혀 있었으므로(...)

근 1-2년 새 부쩍, 나이가 들었음을 그리하여 예전과는 결코 같을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들이 계속 찾아온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마냥 오르막만 있을 것 같지만, 피크에 다다라 내리막으로 접어드는 느낌이랄까. 삶은 유한하고 인연은 찰나이니, 즐거움을 미루지 말자는 생각을, 그리고 더 친절하고 다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쓰다 보니 왜 병원에서 제대로 된 검사를 안 받느냐며, 또 집에 일이 생겼음에도 알리지 않으면 어떡하냐며, 한참 잔소리를 늘어놓았던 어제의 내가 생각나 머쓱하긴 하다.) 부모님과의 여행도 최대한 빨리 다녀와야겠다며 더 적극적으로 마음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