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AFC 아시안컵 카타르 대회 4강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이 탈락한 이후, 주장인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이 경기 전날 언쟁과 몸싸움을 벌였다는 소식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아쉬운 패배와 탈락이 있었던 터라 더더욱 시끌시끌했었는데요. 저 역시 2월 초의 며칠을 이들 뉴스에 주의를 많이 빼앗기며 보냈습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 - 주장 - 선수단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중간관리자 격인 주장 손흥민 선수가 얼마나 고군분투했을지 느껴져서 참 속상했습니다. 질타의 대상이 된 이강인 선수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에 대해선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야속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요.) 하지만 무엇보다, 팀을 제대로 빌딩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이러한 뒷이야기까지 언론에 대서특필되게 만든 클린스만 감독과 축구협회의 역량과 태도에 대해서 화가 무척 많이 났습니다.
문화는 큰 원칙과 그 원칙을 실행하기 위한 규율들이 일관되게 조화를 이루고, 구성원들이 이를 오랜 시간 따르고 함께 다듬어갈 때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바꿔 말해 원칙이 없다면, 규율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규율이 상충한다면, 규율을 따르지 않는다면. 이러한 공간은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는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상태로 남습니다. 인간들은 질서와 규칙이 없는 자연 상태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에 돌입하고야 맙니다.
반면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조직의 목적은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위대한 결과는 개인기가 아니라, 기여와 헌신, 그리고 협력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원칙과 규율이 바로 설 때, 나의 영역과 역할과 방식이 명확하게 정의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위에 자율과 창의를 얹고 그 범위를 넓혀나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