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산 속에 위치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살아보고 있다. 밤이면 슈퍼카 배기음으로 시끌벅적한 테헤란로 한복판에 살 때와는 다른 고즈넉하고 아늑한 느낌이 참 만족스러웠다. 반면 지하철역과는 꽤나 거리가 있는 탓에, 오피스, 약속장소, 어디든 대중교통으로는 1.5시간, 운전으로는 1시간 정도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꽤나 힘들었고 지금도 힘겹다. 회사 도보 1분 거리 오피스텔에 수 년을 살다보니 회사와 좀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이사를 결심했었고, 지금도 참 잘 한 결정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지금의 집에서 2년을 꽉 채워 살았다. 엊그제 계약을 갱신했다. 공교롭게도, 동시에 다시 이사할 결심을 했다. 잘 쉬고 잘 놀았으니 이제 다시 산을 내려가 속세로 향해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새로 이사할 집을 알아봐야 하고, 그러려면 집을 넓히며 늘려버린 물건들도 정리해야 하고 할테니 당장은 아니겠지만, 차차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이번 주말이었다. 내친 김에 사두고 오랫동안 안 쓴 식기세척기와, 군대 전역한 뒤 인턴 월급으로 샀던 모니터를 버렸다. 차곡차곡 물건들을 정리하고 집을 비워나가는 시간을 보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