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졸업식 축사에 대한 삐딱한 생각
지난 2월, 어느 가수/방송인의 대학 졸업식 축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릴스며 유튜브 쇼츠며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졸업식 축사 영상이 널리 퍼졌고, 당연히 기사도 많이 났습니다. 지인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동의의 의미로 영상을 자신의 스토리에 공유하기도 했던 것 같네요. (혹시나 어떤 이야기인지 모르신다면, 요약을 담고 있는 신문 기사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졸업식 축사 전문 또한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 졸업식 축사의 메시지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또한 저보다 더 크고 훌륭한 성취를 이루어낸 사람의 졸업식 축사에 대한 저의 왈가왈부가 대단히 의미가 있지는 않을겁니다. 그러나 '여러분 마음 가는 대로 살아라', '왠만하면 아무도 믿지 마라. 우리는 가족이다 하며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을 더 조심하라', '인생 독고다이다' 이야기 하는 부분이 제게는 꽤나 무책임하고 냉소적으로 들렸거든요.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저는 그 어느 시대보다 개개인들의 자의식이 비대한게 문제라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내 주변의 사람들을 더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2024년 2월에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이야기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설령 그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을지라도요.)
저는 삶으로 스스로의 말을 증명하는 사람들을 더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아름다운 말일지언정 자신의 삶과 괴리되어 있다면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습니다. 이 졸업식 축사를 삐딱하게 생각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졸업식 축사를 한 가수를 포함해 우리 그 누구도, 결코 '독고다이'로 살아남을 수는 없습니다. 타인으로 인해 고통스러웠던 순간도 큰 배신감을 느꼈던 순간도 있었을겁니다. 이런 순간들은 피하려해도 계속 찾아올거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능을 알아봐주고 기회를 열어주고 기다려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졸업식 축사의 연사도 우리도 지금 서있는 자리까지 와 있습니다.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고 늘 준비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더불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저 스스로 또한, 배신당하고 또 배신당하더라도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인류애의 종말을 말하는 대신에, 먼저 선뜻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인간에 대한 냉소와 불신과 독고다이 정신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렵니다.
p.s.
쓰고보니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 되어버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애정으로 즐거움으로 살펴본 졸업식 축사에 삐딱함을 끼얹어 송구한 마음이 좀 있습니다. 아마 저 역시 무척 쉽사리 냉소적으로 변하는 사람이라, 더더욱 경계하며 이 졸업식 축사를 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하. 그럼 즐거운 일요일 밤, 또는 즐겁고 힘찬 한 주의 시작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