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쓸데없이 예민한 편이라 사소한 것에도 집중력이 쉽사리 흐트러집니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고 생각하기에, 내게 가장 잘 맞는 몰입 공간을 찾는게 중요하다고 믿는 편입니다. 좋은 공간과 환경에 대한 욕심이 많습니다.

아마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그렇듯, 스타벅스가 딱 좋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적당히 많은 콘센트, 공부하는 사람들과 적당히 수다스러운 백색소음의 조화, 아늑한 인테리어. 그러나 점차 줄어드는 콘센트와 그에 따라 달라지는 인구 구성 때문에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견디기란 쉽지 않아졌습니다.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 더더욱 귀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더 열심히 찾아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마음에 들어했던 공간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감이 있는 조명과 인테리어, 규모감 있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좋은 음악들, 널찍한 테이블, 그리고 적당한 빈도로 설치된 콘센트와 무료 와이파이. 이 정도의 인프라가 갖춰지고 나면, 자연스레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찾던 (저같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스피커의 힘을 간과했었는데요. 꽤나 규모감 있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대기를 채우는 힘, 그리하여 그 공기에 수다스러움을 얹는게 머쓱해지게 만드는 힘이 분명 있구나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아마 몇몇 분들은 짐작하셨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앤트러사이트 연희점 같은 곳들을 떠올리며 글을 썼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