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이건희 회장 '지시사항' 중

위 인용문을 읽으면서 F1 생각이 났다. 두 명의 드라이버가 한 팀에 소속되어 경기하는 F1이라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대부분의 팀은 노련하고 경력도 훌륭하지만 피지컬을 비롯한 실력이 하락세에 접어든 드라이버와, 에너지와 패기가 넘치는 신예 드라이버로 팀을 구성하곤 한다. 이러한 구도는 수많은 드라마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영화에서건 다큐멘터리에서건, 그리고 F1이건 아니건 간에. 승리를 향한 열망이 만들어내는 갈등과 자연스럽고도 명예로운 권력 이양은 멋진 드라마가 된다. 생각해보면 상대 팀이기는 했지만, 메시의 아르헨티나와 음바페의 프랑스가 맞붙었던 월드컵 결승전 또한 그러했었고.

오늘은 감기몸살에 걸려서 종일 누워있었다. 그런 와중에 고향팀 포항 스틸러스의 축구 경기를 봤다. 매년 연봉 총액 순위 최하위에 위치한 팀인 주제에, 작년에는 리그 2위와 FA컵 우승을 했다. 올해는 감독도 바뀌고 주요 선수들도 팔린 와중에,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고 10경기 연속 무패 행진. 오늘은 경기가 다 끝나고 추가시간 4분도 소진한 와중에 전력질주하더니 몸을 던져 극장골을 만들어내고 이겼다. 사실 이 순간이 아니더라도 몸을 던지고 전력질주하는 장면을 오늘 경기에서 여러 차례 봤다. 체력이 바닥에 다한 즈음이고 지고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선수들이 얼렁뚱땅 경기 안 끝나나 눈치 살피며 공을 돌리는 경기들도 본 적 있는터라, 새삼 이 팀의 위닝 멘탈리티에 감탄했다.

어떻게 하면 위닝 멘탈리티를 가진 팀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주제가 오랜 관심사로 자리잡아 버린 것 같다. 시원하게 마음에 찰 정도로 이겨본 경험이 없어서가 아닐까. 동시에 승리의 열쇠는 팀의 규모와 무관하게, 결국 단 한 명이 쥐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 요즘이기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두루 통용되는 만트라 중 하나는 'Build the product, Meet the customer'이다. 고객과 만나서 대화하고, 제품을 만드는 것. 이 일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면 뭔가 잘못되어 있다고 봐야 하겠다. 비슷하게, 인텔의 창업자 앤드류 그로브는 『편집광만 살아남는다』라는 책에서 아래와 같이 말하며, 리더의 일정표가 곧 사업 전략임을 일갈한다.

위의 인용들은 대표에 대해 서술하고 있으나, 설령 내가 대표가 아닐지라도 고객과 만나고 제품을 만드는 일 이외의 무언가를 너무 많이 하고 있다면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회사의 어떤 일들은 '고객'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을 수 있고, 이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한다.)

이번 주에는 첫 번째 링크 속 이건희의 발언들을 여러 차례 읽었다. 형이상학적인 주창에서 그치지 않고, 디테일한 전략과 실행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타율 높은 경영자였을 것 같다. 큰 그림에서부터 매우 디테일한 영역에 이르기까지 -이를테면 경쟁사의 제품 사용 경험- 직접 실천하고 깊이 사유하며 제품과 조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나는 언젠가는 창업을 하게 될 것이다. 주제넘게도 감히 창업자 또는 대표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번 주에는 이런 글들을 여러 차례 곱씹으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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