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처음 모임을 시작해 3년 4개월 동안 운영해온 독서모임 '성장 곱하기 성장'을 쉬어가기로 했다. 다니는 회사에서 과분한 기회를 받아 클럽장으로 모임을 진행할 수 있었고, 13시즌 동안 52번의 모임에서 52권의 책을 함께 읽었다. 늘 부족하고 여기저기 치이며 바쁜 나를 챙겨주시고 궂은 일을 맡아주셨던 네 분의 파트너들,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진심이었던 수많은 멤버 분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정말 값지고 귀했다.

이 클럽을 통해 새로운 시도도 많이 했다. COVID-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시기 온라인 모임으로 시작해, 오프라인 모임으로 전환해 롯데백화점 잠실점 문화센터에서 독서모임을 했고, 공간을 알차게 쓰기 위해 주말 밤 시간대에 시작하는 모임으로 시간도 옮겨봤었다. 이메일 뉴스레터 또한 '성장 곱하기 성장'에서 읽은 책과 발제문을 아카이빙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려고 시작했었다. (예-전 에피소드들을 찾아보다보면 그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으실 것.)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찾아주는 멤버 분들이 아쉽지 않을만한 정말 즐겁고 의미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서, 한 달에 한 번 모임 전날 금요일에는 늘 밤을 새고 아침 동틀 때까지 멤버 분들의 독후감 창을 띄워놓고 필사해둔 페이지를 뒤적이며 발제문을 준비했다. 지치고 힘든 순간도 분명 있었지만, 감동적이었던 마무리 발언들, 모임 다음 날 올라오는 후기와 리뷰들에 감동하며 다음 모임을 또 다음 시즌을 준비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콘서트와 일정이 겹쳐도, 모임에 독후감 쓰고 오시는 분들도 계셨다. 내적 자랑 중 하나.)

존경하는 그리고 응원하고 싶은 또 응원받고 싶은 친구들도 이곳에서 많이 만났다. 요새 누구랑 가장 친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최근 몇 년 동안의 나는 늘, 회사 동료들과 더불어서 함께 하는 독서모임 멤버들을 떠올렸다. 이제 한 달에 한 번의 정기 독서모임은 없지만 그래도 여러 형태로 종종 뵙고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또 비록 물리적으로 만나지 못하더라도 성장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던 서로를 마음을 다해 응원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많은 것들을 비워나가기로 결심한 올해. 익숙했던 것들을 비워야, 비로소 새로운 것들을 채워나갈 수 있겠지 싶다는 생각으로 독서모임을 잠시 쉬어가기로 했는데. 결심은 이미 두어 달 전에 했었는데. 생각보다 조금 더 많이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