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만에 러닝에 복귀해 5km를 뛰고 나서 다짐을 했었다. 페이스는 신경쓰지 말고 매번 뛸 때마다 1km씩 거리를 늘려서 10km에 도달해야지. 그리고 10km를 뛰는 사람이 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10km를 점점 더 빨리 뛰어나가야지. 라고 말이다. 5km를 1km당 6분 3초 페이스로 뛴 다음, 두 번째 러닝에서는 6km를 5분 52초 페이스로 뛰었다. 꼬박꼬박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음은 물론이다.

두 번의 러닝을 꽤나 만족스럽게 마치니, 괜스레 거리를 늘리는 동시에 페이스도 단축하고 싶은 욕심이 머릿속을 채웠다. 거리는 늘어나더라도 페이스가 느려지면 별 의미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세 번째 러닝에서는 7km가 아닌 6.5km를 5분 42초 페이스로 뛰고 멈췄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는 '거리가 조금 늘어났고 페이스가 조금 빨라졌다'며 자랑을 했지만, 나는 내가 스스로를 속였음을 안다. 결론적으로 나는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신경쓰느라 10km를 뛰는 날을 늦추고야 말았던 것.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그랬다. 기록이 많이 쳐질 것 같으면 오늘은 안 뛴 걸로 치자 하고 걸어버린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남들은 내가 뛰었는지 안 뛰었는지 관심도 없고, 러닝 페이스가 얼마나 올라갔는지 내려갔는지 신경쓰지도 않을텐데.

나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신경을 쓰다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곤 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스토리들, 이 뉴스레터 글들, 심지어 아래의 예시처럼 혼자 볼거라 생각하며 일기에 쓰는 글마저도 여러 형태로 그릇된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제어하며 금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하고 있는 행위들이 알게 모르게 스스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알고 있어야겠지. 그리고 가급적이면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되는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말하고 행동하는데에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여기서 다짐해본다. 다음 러닝에서는 페이스가 박살이 나더라도 7km 꼭 뛰겠습니다!)

님은 언제 나를 더 잘 포장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곤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