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가 기업의 핵심 가치와 조직 문화 등을 담은 플레이북을 공개했기에 살폈다. 무려 251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을 공개한 것 자체도 그렇지만, 이 팀에서는 승리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승리에 다다르는 방법은 무엇인지, 승리를 어떻게 나누는지, 등에 대해 상세한 문장들로 서술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무언가를 문장으로 남기는 순간 그 문장이 해석의 여지가 없는 도그마가 되어서 역설적으로 발목을 잡는 것을 많이 봤다. 반대로 그런 것들이 싫거나 두려워서 많은 것들을 모호한 상태로 남겨두는 것 또한 많이 봤다. 그렇기에 회사같이 수많은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공간에서 리더가 본인의 생각을 글로 남기고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에는 생각보다도 훨씬 더 큰 용기와 자신감, 그리고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응원하고 싶다. 에이블리 플레이북은 링크에서 볼 수 있다.

• 생산성을 얘기하면 항상 따라붙는 게 효율과 효과에 대한 이야기죠. 효율적인 것이 효과적인가, 라고 생각해보면 아닌 경우도 많더라고요. 때로는 같은 일을 반복하다가 미묘한 차이에서 얻는 깨달음이 더 대단한 결과를 만드는 경우가 있듯이.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공대생은 자동화에 집착해요. 몇 번 루틴이 발생하면 어떻게 그걸 효율적으로 만들지 고민하죠. 반면에 디자인이나 예술하는 사람들은 반복을 귀찮아하지 않더라고요. 비슷한 과정을 거쳐도 결과는 미묘하게 다르고, 그 미묘한 차이에서 결과의 완성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아요.

  
  

  모든 조직에는 효율과 효과가 함께 필요하죠. 어쩌면 개인의 삶에서도 그렇고요. 그런데 위에서 조망하듯 바라보는 입장이 되면 효율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아요. 효과적인 것에 필수로 들어가는 잉여와 여유를 참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가끔은, 직원이 노는 것에 대해 관대한 상급자야 말로 대단한 리더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찬가지로 게으르고 방탕한 순간의 나에게도 관대한 사람이 좀 더 완벽한 인간이 아닐까 생각하고요. 저는 그러지 못하고 매일 자책하지만요. ㅎㅎ
  
    ↪️ 말씀주신 내용을 곰곰히 읽다 보니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은가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최고의 작품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비효율적인 반복과 게으름 그리고 방탕함으로 점철된 시간이 필요한 반면, 통제된 범위 내의 결과물을 꾸준히 많이 찍어내어야 한다면 효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겠지요.
  
  전자의 가치가 무궁무진할 수 있는 반면, 후자의 경우 만들어내는 가치도 제한적인 것 같습니다. 직원에 대해서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최고의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또는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게으름을 무작정 용인하는 것, 혹은 스스로에게는 게으르고 방탕한 순간을 허락하면서 타인에게는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하겠습니다. 귀한 코멘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