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스로의 언행을 의식하며 바꾸려 하지는 않았는데, 요새 만나거나 소통하는 사람들마다 뭔가 달라진 느낌을 받는다고 말해준다. 이렇게 웃긴 사람인줄 몰랐다는(?!) 피드백도 들었다. "저는 바뀐게 없는 것 같은데, 제 상황이 바뀌어서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게 아닐까요?"라고 되묻곤 했지만, 거듭 들으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나의 어떤 면모가 이전과 다르게 느껴졌을까. 생각해보면 그 전에는 나의 말이나 행동거지가 회사의 브랜드에 타격을 주거나, 열심히 일하는 동료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거나 힘을 빼는 꼴이 될까봐 조심스러웠던 것 같기도 하다. 홀가분해진거라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너무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지내지는 않도록 유의하자고 다짐해본다.

2. 

오래간만에 상담 선생님을 찾았다. 상담을 통해 해결하려던 문제를 이제는 풀 필요가 없게 되었다(회사 문제 전혀 아님). 그래서 캐치업 수다와 함께 다음 목표를 잡아나가는 시간을 가졌다.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 타인으로 인해 내 행동에 제약이 걸리거나 통제받는다는 느낌이 들때 반발심이 커진다. 반대로 나는 타인을 제약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 것을 요구받을 때 힘들기도 하다. 이런 순간들이 일에서나 여러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로 작용하거나 갈등의 시발점이 되곤했다. 이야기를 나누고 선생님으로부터 되돌아오는 질문들을 곱씹다보니, 내가 예민하게 굴고 있는 포인트들을 조금 더 보살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나의 여러 역린들도 강점들도 어릴 적 부모님의 언행으로부터 기인한 것. 기억으로 남은 것들도 무의식 속에서만 잠자고 있는 것들도 있을텐데, 이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건강하게 흘려보내는 작업이 필요하겠다. 다음 주에도 상담을 받으러 간다.

3.

재미난 인터뷰 기회가 생겨서 하루 정도 고민하다가 응했다. 퇴사 소식을 듣고 이대로 흘려보내긴 너무 아쉬워, 요즘 사람들이 무슨 생각하고 사는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인터뷰 꼭지에 담고싶다는 제안이었다. 한 시간 반 정도, 남산 소월길 자락의 뷰가 멋진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좋은 질문을 던지고, 잘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귀한 역량인지를 깨달았다. 별다른 이슈가 생기지 않는다면, 인터뷰는 아마도 다음 주말 즈음에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인터뷰와 후일담을, 뉴스레터를 통해서도 소개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4.

사람들이 으레 친해지는 방법은 결국 스스로 망가지거나 속깊은 이야기를 꺼내거나 누군가의 뒷담화를 하거나인데, 그 관점에서 (내가) 스스로의 속깊은 얘기를 다 꺼내지는 않을 것 같고 망가지려들지도 않을 것 같아서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데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비밀 이야기를 해도 비밀이 지켜질 수 있고 또 뒷담화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안정감도 있어서 유니크한 포지션인 것 같기도 하다. 라는 의견을 들었다. 인터뷰 전후로 수다떨며 나눈 이야기 중. 근데 진짜 그런가요? 나 TMI 왕인데.

5.

친구들과 지인들로부터 밥도 얻어먹었고, 약속도 많이 잡혔고, 선물도 받았다. 마음의 빚으로 고이 간직하고 있다가 잘 돌려줘야지. 퇴사 소식 포스팅을 보시고 연락해주신 분들도 많았다. 최소 3개월은 허송세월해야겠다는 다짐과, 그리고 창업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마음이 여전하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빌어 그간 이야기를 못 나눠보았지만 평소 궁금했던 분들, 그리고 호기심이 동하게 메시지를 써주신 분들과 티타임을 갖기로 했다. 그나저나 이렇게 약속을 잡다가는 정작 내가 보고 싶은 사람들과는 시간이 없어서 만나기 힘들겠다는 위기의식도 든다. 먼저 보자고 청하는 것을 참 머쓱해하는 나이고, 기본적으로 알아서 먼저 연락오겠지 주의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랑한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 동료와 함께 일하며 옆에서 많이 배웠다. 잘 써먹어보겠다.

6.

냉장고에 쟁여둔 식재료를 꺼내다가 이것저것 차려먹고 있다. 그래봐야 컵라면, 밀키트, 반조리 식품들이지만, 이래저래 조합해서 만들어먹는 것이 재미나다.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참에 따보는 것은 어떨까 싶어 아이폰 미리알림에 적어두었다. 아이폰 미리알림의 '퇴사 후 할 일' 리스트에는 아직 시덥지 않은 것들이 많이 적혀있다. 사격장 가기, 서핑하러 가기, 한식 조리사 자격증 알아보기, 수영 강습 등록하기, 경량비행기 타러 가기, 콩치노 콘크리트 가기 등.

7. 

지난 메일(실내 자전거)에서 적었듯 매일 운동하고 소식하고 일찍 잤더니, 일주일 만에 2kg가 빠져버렸다. 이렇게 쉬운거였어?라고 잠깐 생각하다가, 아니지 매일 운동, 소식, 이른 취침이야말로 어려운 것이겠지, 라고 결론지었다. 앞으로도 매일매일 이상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여튼, 이 추세대로 계속 살이 빠질거라 예상하긴 어렵겠지만, 체중 감량 그만하고 근육량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