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감사한 동아리 선배들과 간만에 뵈었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속도를 조금 늦추고 나니, 그제야 주변이 조금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죄다 핑계고 역량 부족이다. 나보다 더 바쁘고 마음 쓸 일 많은 분들도 그런 와중에 주변을 많이 챙겨주시는데, 내가 뭐라고. 그간 이래저래 바쁜 척하며 모임이며 행사며 나가지 않았던 것 같다.

정신없이 달려왔던 시간들을 찬찬히 복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뵈었던 선배 중 한 분은 10년 넘게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자. 가까웠던 동료가 팀을 떠나면서, 돌이켜보니 일만 한 것 같고 즐거웠던 추억이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던 것이 비수가 되어 꽂혔다고 말했다. 이후로 일과 삶에 대한 관점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셨다. 삶에서의 행복은 결국 추억의 적분값. 즐거운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나가는게 중요하겠다고 생각하며 지내고 계신다고 했다.

으레 과정이 곧 보상이라는 말을 한다. 과정 속에서 오는 성장, 기억들, 관계들이 감사하고 즐겁고 기쁜 보상으로 남을 수 있을 때, 우리는 이 과정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다. 반성도 많이 하게 되고, 앞으로의 일에서 꼭 되새겨야겠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뉴스레터를 지난 2월 초부터 재개했으니 곧 6개월을 채운다. 망설이거나 미루지 않고 어떻게든 글을 발행하겠다는 목표를 얼추 지켜나가고 있는 것 같다. 7월 초부터는 3개의 코너(Highlight, WWR, TMI)를 만들어 운영해보고 있다. 덕분에 어떤 글들이 구독자들에게 가치있게 다가가는지 조금 감이 잡히는 것 같다. 생산력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은 생겼고, 고객 관점에서의 오픈율과 클릭률, 그리고 피드백의 빈도 등 데이터가 조금씩 쌓였다. 고려해보며 변화를 줄 수 있겠다 싶다.

세 개의 코너 중 가장 반응이 저조한 코너 하나를 중단하고, 새로운 코너를 오픈하되 별도의 유료 뉴스레터로 운영하는 것을 고민 중이다. 더불어 오픈율을 기준으로 주기적으로 리스트를 정리하며 구독자의 리스트 또한 최적화 해봐야지. 시간이 조금 더 생기고 데이터도 쌓이니, 고민할 수 있는 여지들도 넓어져서 기쁘다.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할 다음 주제들이 생기곤 한다. 이를테면 성장에 대한 욕심, 통제력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 의도가 뻔히 보이는 언행에 대한 반발심, 돈에 대해 갖고 있는 양가적인 감정, 독립적인 공간에 대한 애착. 그 외에도 아직 못다 이야기 나눈 요소들이 많겠지.

어렸을 적 나고 자란 환경, 학교에서의 생활, 군 생활, 교환학생, 그리고 일터에서의 시간들, 지나간 연애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있었던 큼직한 사건 사고들. 이런 시간 속 어떤 계기들과 기억들이 재료가 되어 여러 층위에서 얽히고 섥힌다. 그리고 생각과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어떻게 하면 가급적 건강하고 긍정적인 결과값이 기대되는 인풋들 속에 나를 집어넣을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부정적인 인풋마저 긍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