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흐른 한 달이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놀다보니 이래도 되는구나를 거쳐, 이렇게 놀아도 좋겠다가 되었다. 잠을 많이 잤고 집에 그간 묵혀두었던 식재료들을 하나 둘씩 꺼내다 소진하며 음식도 만들어 먹었다. 러닝과 실내 자전거로 운동도 열심히 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술도 많이 마셨다. 못 읽었던 책들도 꺼내 읽었다. 집에 있는 물건들도 많이 꺼내다가 버렸다.

오랜 기간 쌓인 독을 조금씩 해독하고 있는 기분으로 이 시간들을 즐기고 있다. 회사에서 일하는 과정은 즐겁고 재밌었다. 나름의 의미와 보상을 쫓으며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잠시 쉬어가기로 결심했던 이유들도 있다. 되새기며, 다시 일을 시작한다면 어떤 형태일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독서모임에서 한 발제문들을 정리하다가, 메모해둔 누군가의 발언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여러 층위의 단차들을 만들어두는 것이 행복한 삶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었다. 성실하고 영리하게 일하되,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여러 단차들을 만들어두어 삶이 일정 수준 이상의 부정적인 방향으로 침식되지 않도록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싶은 요즘이다.

생각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고, 혼자 있는 시간에도 뭔가를 하느라 계속 바빴다. 어쩌다 약속이 없는 날에는 뉴스레터를 쓰고, 방 청소를 하고, 냉장고를 털어다가 밥을 만들어 먹고, 물건을 버리고, 운동을 하다가 뻗어 잠들어버리곤 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알게 된 가장 큰 수확이라면, 아마 내가 가만히 있는 것을 정말 잘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문득 TV도 없고 사람도 덜 만나도 되는 환경으로 잠시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에 다시 없을지도 모르는 시간인지라, 이번 긴 휴식기간 동안에는 유럽에 다녀와야지 생각하며 

7월 첫째 주부터 TMI / Highlight / WWR(What We are Reading)이라는 세 개의 코너로 주 3회 뉴스레터를 발행했었다. 다른 두 개의 코너 대비, 눈에 띄게 오픈율과 클릭율이 낮은 WWR을 쉬어가기로 결정했다. 뉴스레터를 통해 다른 아티클에 관심을 갖고 클릭까지 해본다는 것은 꽤나 주의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다. 현재의 포맷 속에서 내 역량과 투여하는 리소스로는 잘 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계속 조금씩 작은 변화와 도전을 해볼테니 지켜봐주시길 바라며, 그런고로 8월에는 주 2회 뉴스레터로 찾아뵙겠습니다.

8월 첫째 주 회고는 여기까지! 님은 어떤 한 주, 그리고 어떤 7월 한 달을 보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럼 즐거운 일요일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