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드>를 공동 창간하고 편집장으로 활동하며 여러 칼럼들을 쓰고 있는 케빈 켈리. 68번째 생일날 자녀들을 위해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삶의 지혜에 대해 블로그에 쓴 글들이 화제가 되었고, 이후 69세와 70세 생일마다 추가적인 내용을 덧붙인 끝에, 71세 생일을 맞이한 2023년 5월에는 책 『위대한 사상가 케빈 켈리의 현실적인 인생 조언』으로 엮어져 나왔다.

참고로 이 책의 원제는 Excellent Advice For Living: Wisdom I Wish I'd Known Earlier'. "삶을 위한 탁월한 조언: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지혜들' 정도면 좋았을 겸손했던 제목이, 번역되는 과정에서 자의식이 충만한 제목으로 탈바꿈되었다. (내가 케빈 켈리였다면, 다음 해 생일에는 '해외에 번역되는 내 책의 제목은 꼭 직접 확인하고 승인해라.' 정도의 조언을 추가하고 싶었을 것 같다.)

책 대부분의 내용은 이미 인터넷 상에 널리 공개되어 있으며, GeekNews에 올라왔던 한국어 버전을 링크로도 첨부해둔다. (2020년의 68가지 조언 / 2021년의 99가지 조언 / 2022년의 103가지 조언) 케빈 켈리 본인의 블로그에서는 책 출간과 함께, 기존의 조언 포스팅이 죄다 책 판매 홍보로 수정된 상태다. 이를테면 이렇게 (링크).

지난 일요일 낮에는 숙소가 있는 동네 펍에서 선데이 로스트에 런던 프라이드 맥주를 시켜두고 첼시 팬 아저씨들의 수다를 배경음악 삼아, 이 책을 펼쳐 읽었다. 맥주를 세 잔째 비우니 쨍쨍한 햇살이 좀 가라앉았기에 펍을 나와 켄싱턴 가든 잔디밭에 앉아 다시 완독.

제목에 대한 아쉬움과는 별개로, 이런 류의 잠언집(?)은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보기에 좋다. 비행기 안에서든 지하철 안에서든. 450여 개나 되는 조언에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뿐더러, 때로는 각각이 서로를 반박하기도 한다. 그러니 너무 무겁게 생각할 것 없이 읽어본다. 어떤 것들은 읽고 잊어버렸다가 언젠가 불현듯 떠오를테고, 어떤 것들은 잊혀질테고, 어떤 것들은 새기고 또 새길만한 문장으로 남을지도 모르니,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읽고 덮어두면 그만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결국 수많은 자극들 가운데 무슨 자극에 반응할 것인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도 나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조금은 더 홀가분해진 머리로, 여행지에서 책을 펼쳐 읽고 있자니 여행과 휴식이 삶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더불어 조금은 멀리서 그간의 일과 일터를 조망하게 되기도. 이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눈에 들어와 사진으로 찍어둔 문장들을 아래에 추리고 추려보았다.

 - 케빈 켈리, 『위대한 사상가 케빈 켈리의 현실적인 인생 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