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메일(링크)의 1번에서 살짝 소개드린 분이 온라인 북토크의 형식을 실험하고 계셔서, 참여하면서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 를 읽고 있다. 책의 특정 챕터 하나를 정해 읽고 모이면 되고, 독후감도 쓰지 않아도 되니 부담이 매우 적다. 어떤 사람은 1.5시간 동안 조용히 관전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호스트의 발제에 맞춰 손을 들고 이야기한다. 한창 뜨거울 때의 클럽하우스 느낌이라 즐겁고 반가웠다.

2.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는 으레 먼저 나서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더 많은 것들을 성취한다고 믿어지는 사회에서, 내향성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함께 읽은 챕터는 '원래의 나보다 더 외향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순간은 언제인가?' 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살펴보고 북토크에 참여했다가, 책도 대화도 흥미로워 처음부터 다시 읽고 있는 중이다. 다만, 기본적으로 내향적인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편향적으로 쓰여진 구석이 있기에 이 부분을 참고하며 취할 것은 취하고 위로 받을 만큼만 위로 받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짧은 챕터를 읽는데 개인적으로 공감되거나 동의되는 부분이 여럿 있었다. 

3.

함께 읽었던 '원래의 나보다 더 외향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순간은 언제인가?'라는 챕터에서는 설령 내향적인 사람일지라도, 추구하고 싶은 강력한 '핵심 목표'가 생기면 열정을 불태우게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강력한 핵심 목표 앞에서는 내향인과 외향인을 구분하기 어렵다. 더불어, 특히 심리학자들이 '자기 감시'라고 부르는 특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들처럼 연기하는데에도 탁월한 강점을 보인다고. 그러니 추구하고 싶은 핵심 목표가 있고, 자기 감시 성향이 높은 - 상황에 따른 사회적 요구에 자기 행동을 맞추는 데 능숙한 사람들은 그때그때 카멜레온처럼 환경에 본인을 맞추며 성취를 향해 달려가게 되는 것 같다. 그 출발이 내향이든 외향이든 상관없이.

4.

성격에 벗어난 행동이 오래 지속되면 정신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탈진할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는 내향인들이 탈진할 가능성이 더 높기에- 이에 대한 조언을 하며 챕터가 마무리된다.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는 사람들이 나중에 가서야 뜻하지 않은 방식으로 그 감정을 분출하게 되기도 하고 몸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기에, 계속해서 달릴 수 있도록 나에게 적합한 '회복 환경'을 만들어둬야 한다는 것.

5.

두루두루 동의되고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재미나게 읽었다. 책을 읽다보면 이분법적인 분류에서 그치지 않고 내향과 외향, 핵심 목표에 대한 추구 정도, 휴식의 필요성 등 다양한 기준으로 나를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단순히 MBTI의 16개 분류 중 하나로 재단할 수 없는 복잡한 스펙트럼을 가진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나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더 잘 들어주고, 내게 가장 걸맞는 일과 삶으로 주변을 채우는 것이 가장 건강한 방식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챕터를 덮었다.